“한때의 그 이력이 오늘까지 이렇게 무거운 멍에가 되고 고비마다 족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소외감이 절절히 묻어나는 장문의 육필 서한이었다. 발신자는 ‘손학규 민주당’에서 중용설이 나돌던 3선의 김부겸(사진) 의원이다. 그는 13일 저녁 에이포(A4)용지 5장 분량의 편지를 직접 작성해 보좌진 편으로 86명의 민주당 의원들 방에 일일이 전달했다. 편지에서 김 의원은 “신임 손학규 당 대표의 당직인사 결과가 발표되자 언론에서는 제가 ‘영남’에 ‘한나라당 출신’이라 배제된 것이라고 분석돼 참담했다”며 “여기가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이 동시에 영남 출신이면 큰일이 나는 당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았다가 잔류 민주당이 1997년 대선 직전 신한국당과 합당하면서 한나라당 구성원이 된 일, 한나라당에서 “정치적 소신이나 정책적 입장”을 지키다 “왕따 당했던” 일 등 순탄치 않았던 정치역정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한나라당에 몸담았다는 것이 원죄라면 언제든지 그 값을 달게 치르겠다. 부디 외면하지만 말아달라”며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낙인과 멍에를 제 어깨에서 좀 벗겨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민주화운동으로 잔뼈가 굵고 전통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청춘을 바쳤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며 “저는 제 모든 걸 민주당을 위해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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