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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주당 90도, 한나라당 45도…정치 시선 ‘좌향좌’

등록 2010-10-12 19:27수정 2010-10-13 09:30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한나라당의 정책좌표 이동 조짐은 가파른 편이다. 당 서민대책특위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은 반시장주의라는 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은행 수익의 10%를 서민대출에 이용하도록 하는 안을 관철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 철회를 외치고 있다.

당내 ‘강경 보수’로 손꼽혀온 안상수 대표의 변신도 놀라울 정도다. 안 대표는 보육비를 전체 가구의 70%까지 확대하는 것도 부족하다며, 양육수당도 전체 가구의 70%까지 지급하는 안을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중도보수 우파 정당의 철학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당의 정강·정책을 손볼 비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비전위원장을 맡은 나성린 의원은 새 강령의 방향과 관련해 “당내 일부에선 ‘중도보수’보다 한발 더 나가 ‘중도개혁’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통일된 선진·복지국가를 목표로 개혁적 중도보수 노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움직임은 ‘이념적 좌클릭’이라기보다는 선거전략에 가깝다.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대로 가다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 직후 내놓은 백서 <새 출발을 위한 솔직한 고백-2010 지방선거에서의 패배와 반성의 기록>은 이 점을 분명히 짚고 있다. 백서는 “호전되는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반발표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백서는 또 “6·2 지방선거에서 ‘정치에 관심 없는 20대, 냉소적인 30대, 보수적인 40대’라는 기존의 공식이 깨졌다”며 “20~40대가 현실문제에 민감하고 실리적이란 공통점을 가지는 만큼,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이 살 길은 서민정책뿐”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부자정당이란 이미지가 고착되면 한나라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좌클릭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고민에 가깝다. 민주당은 10·3 전당대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보편적 복지, 조국의 평화통일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당헌 2조를 새로 채택했다. 기존의 ‘복지행정국가’를 ‘보편적 복지’로 대체했다. ‘보편적 복지’는 사회적 약자를 위주로 한 기존의 시혜적 복지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고용·보육·의료·주거·일자리 불안을 덜어주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의 복지 확대를 목표로 삼으면서도 작은 정부와 시장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보수진영의 ‘잔여적 복지’와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복지’를 야권연대의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시민단체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민주당이 민주노동당 강령에도 없는 ‘보편적 복지’를 명시하고 기존의 중도개혁 노선을 삭제한 것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 지도부 구성에서도 민주당은 진보 쪽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앞장서 ‘진보’를 부르짖고 있는 정동영·이인영·천정배 최고위원은 복지국가, 격차사회 해소 등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첫손에 꼽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진보정당의 대표 정책인 ‘부유세’ 신설을 민주당 당론으로 삼자며 당내 논의를 제안하고 있다. 중도를 끌어안아야 집권할 수 있다고 외치는 손학규 대표조차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생활정치 영역에서 ‘진보적 과제’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애 이유주현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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