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회의장단, 여야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만찬…MB “할 수 없는것 요구하면 갈등 생길수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4대강 사업 조정 등을 요청해 잠시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청와대와 국회의장단, 국회 상임위원장단, 여야 원내대표단 초청 만찬 자리에서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가 끝나갈 무렵 작심한 듯 발언을 요청해 “대통령을 만날 기회도 없으니, 온 김에 이야기해야겠다”고 한 뒤 준비된 메모지를 꺼내 보며 “왜 4대강 사업을 임기 중에 끝마치려고 강행하려 하나. 야당과 협의해서 해달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밖에 △농촌을 살리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북 쌀 40만~50만t 지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수해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복지·일자리 창출 등 민생예산 필요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의 조속한 통과 등 모두 6가지를 건의했다고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말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 형식을 빌려 “여기 앉아계신 분들은 집권 여당과 야당 경험을 모두 해본 만큼, 여당이 야당 때 일을 잊어버리거나 야당이 여당 때 경험을 무시해버리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는 말로 사실상 답변을 갈음했다. 또 이 대통령은 “할 수 없는 것을 너무 요구하면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뼈있는 말도 남겼다.
한 참석자는 “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괜찮았다. 그러나 막판 박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좌중이 조용해지는 등 조금 미묘해졌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만찬은 중식에 와인과 막걸리를 곁들여 예정 시간보다 20여분 길어진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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