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천정배·이인영 ‘환영’…손학규·정세균 ‘시큰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전당대회의 막판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미국 하원의 ‘트레이드 워킹 그룹’ 소속 의원들이 한·미 정상에게 보내는 에프티에이 재협상 촉구 서한에 한국 야당의원들의 동참을 호소해 오면서 민주당의 일부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전면 재협상론이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의원들과 공조해 에프티에이 재협상 촉구 운동을 펼치고 있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26일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 분쟁제도’와 ‘제외품목 열거(negative list) 방식의 서비스 개방’ 조항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게 목표”라며 “‘공정무역’이란 관점에서 전면 재협상을 벌이자는 취지인 만큼 야당 의원 다수가 참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민주당의 일부 당권주자들은 재협상 촉구 움직임에 적극 동조할 태세다. 지방 순회토론회를 통해 에프티에이 재협상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해온 정동영 후보쪽 관계자는 “저마다 ‘진보로 가야 한다’고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며 “재협상 서명운동을 본격적인 정책논쟁의 계기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17대 의원 시절 협정 체결에 반대하며 단식까지 벌인 천정배 후보나 협정 체결 반대 입장에 섰던 이인영 후보쪽도 이 문제가 전대에서 쟁점화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 협정 체결과 비준에 찬성했던 손학규·정세균 후보쪽은 재협상론이 이슈가 되는 것을 달갑잖게 여기는 분위기다. 손 후보쪽 관계자는 “재협상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 해야겠지만, 지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것 아니냐”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국내 시민단체들은 이번 주부터 야당 의원들과 실무 모임을 열고 서명운동의 구체적인 절차와 규모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세영기자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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