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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태근 ‘사찰 배후 이상득’ 공개 거론

등록 2010-08-31 19:10수정 2011-12-29 16:38

한나라 연찬회서 “청·국정원 사찰 알고 있었다”
공개 자제하다 ‘본질 덮기’ 의혹에 실명 밝혀
정두언·남경필 의원도 “빅브라더 있다” 가세
불법사찰 피해자인 정태근(사진) 한나라당 의원이 31일 “이상득 의원이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사찰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며 이 의원의 불법사찰 연루설을 공식 제기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을 사실상 불법 사찰의 배후인물로 지목한 것이어서, 사찰 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불법 사찰의 배후설이 무성했지만, 여당 의원이 이 의원의 실명을 공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정 의원은 이날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 연수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이렇게 말한 뒤 “그럼에도 검찰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 3명만 구속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이 의원도 참석 중이었다. 정 의원은 “이미 구속된 이인규(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지원관)·진경락(전 기획총괄과장)만 제대로 수사해도 사찰 배후와 전모를 밝힐 수 있는데 검찰은 당사자 고발이 없기 때문에 수사를 안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검찰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며 ‘검찰의 형님 봐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정 의원의 이날 발언으로 ‘민간인 불법사찰→박영준 등 선진국민연대 배후론→국정원의 여당 의원 사찰’로 확대를 거듭해온 사찰 파문은 결국 ‘형님 배후론’으로 비화됐다.

정두언·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여권내 불법사찰 피해자 3인방은 그동안 “몸통은 형님”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들은 사석에서 “이상득 의원이 지난 2008년 국정원 이아무개씨가 정두언 의원 주변을 사찰할 당시부터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고, 구체적인 증거도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정치적 파장과 내부 권력투쟁을 일삼는다는 비판을 우려해 공개 거명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배후 규명을 위한 재수사 촉구 등에도 불구하고, 권력 핵심부가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을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이동시키고,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 몇 사람을 구속하는 선에서 사태를 봉합하려 하자 직접 ‘형님 저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두언·남경필 의원도 “빅 브라더가 있다”며 형님 배후론에 가세했다. 정두언 의원은 연찬회 뒤 기자들을 만나 “총리실에서 (민간인 사찰관련) 컴퓨터를 다 파괴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아무도 문책하지 않았고 처벌하지도 않고 있다”며 “이건 이 정부의 기강이 썩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거의 모든 기관이 동원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사찰 보고서가 흘러다니고 있는데 (선거 때) 야당이나 정보기관의 유출에 의해 밝혀지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다음 총선과 대선을 위해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근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 스스로 사찰의 배후를 밝히고, 자정하길 바랐으나 본질을 덮는데만 급급했다”며 “이상득 의원이 사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한 만큼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은 정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욕 안 먹는 사람은 어딨냐. (얘기)하는 분도 있는 것이지, 어떻게 하냐”며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승근 이정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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