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출세만큼 추락 속도도 빨라
트위터에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
트위터에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결국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 낙마했다. 8·8 개각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다가 29일 스스로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까지, 지난 21일은 그에게 숨가쁜 영욕의 롤러코스터였다. 그는 이날 사퇴 회견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라는 묘한 소회를 남겼다. 마오쩌둥 어록에 나오는 ‘천요하우, 낭요가인, 유타거’(天要下雨, 娘要嫁人, 由他去)란 글귀를 원용한 문구로 보인다. 린뱌오가 쿠데타 모의가 발각돼 소련으로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마오쩌둥이 했다는 말로, “하늘에서 비를 내리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고, 홀어머니가 시집을 가겠다고 하면 자식으로서 말릴 수 없다. 갈 테면 가라”라는 뜻이다. ‘어쩔 수 없다’는 뜻을 에둘러 비친 것 같다. 국회의원 보좌관→도의원→경남도지사로 승승장구해온 그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 이후 39년 만의 40대 총리’라는 각광을 받으며 일약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 24~2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과거’가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그에 대한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결정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은 건 ‘박연차’였다. 그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강조하며 거듭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청문회 둘쨋날, 2007년 이후에 박 전 회장을 처음 만났다는 애초 주장과 달리 이미 2006년에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쳤다는 명백한 물증이 제시되자 그의 말이 자꾸 바뀌었다. ‘거짓말’은 씻을 수 없는 과오였다. 지난 27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발언자 8명 가운데 7명이 그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퇴로가 없었다. 결국 이날 밤 김 후보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만나 사퇴 뜻을 전했다. 가파른 출세만큼이나 추락의 속도 또한 빨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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