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실장 인터뷰
민족문제연구소는 근현대사의 질곡을 실증적으로 파헤쳐 온 학술집단이자 과거사 바로 세우기를 위한 실천적 행동을 마다지 않은 시민운동 집단이다. 일제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각종 문헌·자료 연구와 피해자 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이 사안을 국제적 의제로 설정하는 데 단단히 기여했다. 창립 때부터 이곳에서 활동해 온 김민철 연구실장을 만나 한-일 협정을 둘러싼 여러 쟁점을 물었다. 경제개발에 '유용' … 사회전체가 빚져
'불평등 개선' 재협상 국제사례 많아
이번 문서공개가 개인 청구권 소멸 여부라는 쟁점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이 일본 정부에서 한국 정부로 완전히 넘어왔느냐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당시 개인 청구권을 청산하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뿐,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남을 것으로 판단해 한국 정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분명한 것은 군 위안부 등 인권침해 문제 등에 대해서는 두 나라 정부 모두 다루지 않았고 이에 대한 개인 청구권 논의도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도 불법적 지배와 범죄행위에 대한 배상요구를 하지 않았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을 피해자 개인에게 주지 않고 한국 정부가 가로챘다는 점도 다시 드러났는데?
=피해자를 내세워 받은 돈이 군사정부의 경제개발 투자에 들어갔다면, (군사 정부가 사라진 지금) 한국 사회 전체가 일제 강점기 피해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가 이를 어떤 식으로 풀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시점이다. 다만 그 보상을 개별적인 돈의 문제로 치환하면 상당한 부작용이 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거 사죄와 피해자 배상 문제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한-일 협정을 수정하는 재협상은 가능한가? =한-일 협정은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 대단히 문제가 많다. 당연히 한국 정부는 이 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일본도 1902년 영-일 동맹을 맺었다가 그 불평등성을 개선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재협상·수정했다. 그런 국제적 사례는 많다. 다른 방식의 해결도 고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1년의 한-일 공동선언은 새로운 형태의 한-일 협정 또는 한-일 조약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통해 양국의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다룰 수 있다. 이번 문서공개가 북-일 수교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65년 한-일 협정이 결국 정치논리, 경제논리로 치우치면서 일제 강점에 의한 개인의 피해 문제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도 하나의 권력으로서 과거사 청산을 돈의 문제와 연관시키긴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문제가 사라지거나 무시될 위험성을 스스로 경계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을사조약 100주년을 맞는 해다. 동북아시아 평화의 차원에서 이 문제의 의미는? =우선 관련 문서를 공개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일본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과거사 청산 노력은 일본의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다. 진정한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나가고자 한다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꾸준한 교류와 대화가 필요하다. 글 안수찬 기자, 사진 강창광 기자 ahn@hani.co.kr
민족문제연구소는 근현대사의 질곡을 실증적으로 파헤쳐 온 학술집단이자 과거사 바로 세우기를 위한 실천적 행동을 마다지 않은 시민운동 집단이다. 일제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각종 문헌·자료 연구와 피해자 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이 사안을 국제적 의제로 설정하는 데 단단히 기여했다. 창립 때부터 이곳에서 활동해 온 김민철 연구실장을 만나 한-일 협정을 둘러싼 여러 쟁점을 물었다. 경제개발에 '유용' … 사회전체가 빚져
'불평등 개선' 재협상 국제사례 많아
이번 문서공개가 개인 청구권 소멸 여부라는 쟁점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이 일본 정부에서 한국 정부로 완전히 넘어왔느냐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당시 개인 청구권을 청산하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뿐,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남을 것으로 판단해 한국 정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분명한 것은 군 위안부 등 인권침해 문제 등에 대해서는 두 나라 정부 모두 다루지 않았고 이에 대한 개인 청구권 논의도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도 불법적 지배와 범죄행위에 대한 배상요구를 하지 않았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을 피해자 개인에게 주지 않고 한국 정부가 가로챘다는 점도 다시 드러났는데?
=피해자를 내세워 받은 돈이 군사정부의 경제개발 투자에 들어갔다면, (군사 정부가 사라진 지금) 한국 사회 전체가 일제 강점기 피해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가 이를 어떤 식으로 풀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시점이다. 다만 그 보상을 개별적인 돈의 문제로 치환하면 상당한 부작용이 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거 사죄와 피해자 배상 문제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한-일 협정을 수정하는 재협상은 가능한가? =한-일 협정은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 대단히 문제가 많다. 당연히 한국 정부는 이 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일본도 1902년 영-일 동맹을 맺었다가 그 불평등성을 개선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재협상·수정했다. 그런 국제적 사례는 많다. 다른 방식의 해결도 고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1년의 한-일 공동선언은 새로운 형태의 한-일 협정 또는 한-일 조약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통해 양국의 과거사 문제를 전향적으로 다룰 수 있다. 이번 문서공개가 북-일 수교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65년 한-일 협정이 결국 정치논리, 경제논리로 치우치면서 일제 강점에 의한 개인의 피해 문제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도 하나의 권력으로서 과거사 청산을 돈의 문제와 연관시키긴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문제가 사라지거나 무시될 위험성을 스스로 경계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을사조약 100주년을 맞는 해다. 동북아시아 평화의 차원에서 이 문제의 의미는? =우선 관련 문서를 공개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일본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과거사 청산 노력은 일본의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할 것이다. 진정한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나가고자 한다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꾸준한 교류와 대화가 필요하다. 글 안수찬 기자, 사진 강창광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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