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장관 후보 내정된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이 8일 오후 김포시 사우동 사무실에서 직원들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김포/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김태호·이재오 기용에 강한 의구심 표현
유정복 입각도 ‘구색 맞추기’로 평가절하
유정복 입각도 ‘구색 맞추기’로 평가절하
8·8 개각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왔던 유정복 의원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 발탁에 대해 청와대는 당내 화합을 위한 인사라며 적극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 후보자가 처음에는 (입각 제의를) 고사했지만,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소통과 화합을 염두에 둔 내각 개편 취지와 인선 배경을 수차례 설명하면서 간곡히 설득했다”고 밝혔다.
당내 친이계 의원들도 박 전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유 의원을 기용한 것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대화’를 강화하겠다는 적극적 의미라고 평가하고 있다. 친이직계인 한 의원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인 (친박계) 최경환 장관을 기용했던 것과,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인 유 의원을 기용하는 것은 엄연히 의미가 다르다”며 “대통령은 큰 판으로 정치를 하고, 박 전 대표도 현실을 인정하고 관계 복원에 나서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유 의원의 입각 과정에 박 전 대표와 청와대의 적극적인 ‘교감’이 있었던 것 같진 않다. 유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제 갑자기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박 전 대표께 당연히 보고드렸지만, 원래 가타부타 말을 하실 분은 아니지 않느냐”고만 얘기했다. 영남지역의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동의야 있었겠지만 유 의원의 입각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며 “장관 한자리 갔다고 해서 엠비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생각이 바뀌겠느냐”고 반문했다.
친박계는 오히려 유 의원의 입각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등 친이계를 대거 내각의 전면에 포진시키면서 구색 맞추기로 친박계 의원 한명을 끼워넣었을 뿐이라는 해석이 많다. 친박계의 한 원외인사는 “정무 파트도 아닌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자리에 무슨 큰 정치적 의미가 있겠느냐”며 유 의원의 발탁을 평가절하했다.
친박계는 특히 ‘김태호 국무총리, 이재오 특임장관’ 구도에 대해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의 한명인 김 총리 후보자나 정권실세로서 킹메이커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이는 이 특임장관 후보자 둘 다 대선구도와 관련해 박 전 대표와 명백하게 다른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번 개각을 통해 박 전 대표에게 차기를 순순히 넘겨주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친박계는 특히 청와대가 김태호 국무총리를 발탁하면서 ‘젊은 세대’ 기용이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두고, 박 전 대표에게 ‘구세대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것이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산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 정권은 출범부터 지금까지 ‘반 박근혜 전선’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왔고, 이번 개각도 그런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며 “참신함을 내세운 이면엔 또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걸 국민들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가 강한 개헌론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개각은 개헌논의와 후계구도 차원에서 국민적 의구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정애 성연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