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쇄신연대, 이번엔 전대 준비위 개편 공세
‘중도’ 비대위 구성으로 실현될지는 미지수
‘중도’ 비대위 구성으로 실현될지는 미지수
이날 밤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까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인천 계양을 재보선 공천 문제로 정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송 시장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재보선 참패를 공천 실패 탓으로 돌리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도부 거취 문제로 갈등하는) 이런 모습은 옳지 않다”며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샅바 잡는 규칙 정도는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비주류 공세를 비판했다.
애초 정세균 대표는 “당의 안정과 공정한 경선관리를 위해선 당 대표 한 사람만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태도였다. 당 안팎에선 정 대표의 단독 사퇴가 차기 당권에 재도전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시각이 많았다. 당권경쟁의 ‘룰’을 결정할 전당대회 준비위까지 구성해놓은 정 대표로선, 지금 당직을 내놓는 게 안팎의 ‘십자포화’를 피하면서 당권 도전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주류 등 당내 압박에 밀려 지도부 총사퇴를 수용하면서 재선 가도가 ‘험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는 물론 ‘탈계파’를 자임했던 박지원 원내대표와, 우군이라 여겼던 ‘486 그룹’의 리더격인 송영길 인천시장마저 등을 돌림으로써 당내 입지가 급속하게 위축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쇄신연대는 1차 목표였던 ‘지도부 총사퇴’를 관철시킨 만큼, 다음 수순인 ‘전당대회 준비위의 전면 개편’이란 최종 목표를 향해 공세의 고삐를 죄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쇄신연대 상임집행위원인 천정배 의원은 “임시지도부가 구성됐으니 전임 지도부에서 인선한 전당대회 준비위도 전면 재구성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쇄신연대 주장처럼 전당대회 준비위가 새로 짜여질지는 의문이다.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대 준비위를 새로 구성할지는 의원총회 등에서 더 논의해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도부 총사퇴→비대위 구성→전대 준비위 재구성’을 주장했던 박주선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 뒤 “지도부가 새로 꾸려졌으니 이전 지도부의 인선안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대위원들이 강한 계파색을 갖지 않은 나름대로 중도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쇄신연대가 자신의 입장만을 밀어붙이기 힘들게 만든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비대위원에는 김태년·박기춘·박병석·신계륜·조영택·최영희·최철국·홍영표 의원 등이 선임됐으며, 나머지 2명의 인선은 비대위원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1차 회의를 연 전당대회 준비위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준비위 부위원장에 ‘중도파’ 몫으로 선임된 김부겸 의원이 “주어진 역할 자체가 내 생각과 다른 것 같다”며 사임한 탓이다. 김 의원 쪽은 부인하지만 당내에선 그가 ‘범손학규계’라는 점을 들어 손 고문 쪽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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