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장병완 당선자
“저와 민주당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 가슴 깊이 새기겠다.”
광주 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장병완(58) 민주당 후보는 당선소감을 통해 ‘겸허한 자세’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낙승’을 자신했던 텃밭에서 선거운동 막판까지 박빙 승부를 벌인 끝에 거둔 승리인 만큼 당선을 마냥 자축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였다. 그는 ‘예산통’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당이 부여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해 2012년 정권교체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장 당선자는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예산처 예산실장과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다.
민주당은 안방 승리에 안도하면서도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광주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광주의 시당 조직이 총동원된 선거에서 색깔 공세까지 벌이는 ‘막장 선거’의 추태를 보여주면서 민주당 역시 적잖은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중앙당의 핵심 당직자조차 “민주노동당 같은 진정성 있는 파트너를 ‘대안 없는 반미’ ‘한나라당 2중대’로 매도한 것은 씻을 수 없는 과오”라며 “차라리 졌어야 할 선거”라고 했다.
광주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느낀 위기감도 상당하다. 광주가 더 이상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안방 금고’가 아니란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무엇보다 20·30대 청년층은 물론 40·50대 중년층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비판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다음 총선에서 ‘비민주 야당’이 연합할 경우 당선을 자신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당장 당 안팎에서 ‘호남 물갈이론’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기정 의원(광주 북구)은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을 향해 혁신하고 소통하라는 의미에서 회초리를 들었다”며 “진보로, 아래로 한걸음 더 나아가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회초리보다 더한 매를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전남 나주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행정고시 17회 △기획예산처 장관, 호남대 총장
광주/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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