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선거 표심 분석해보니
진보적 젊은층-보수적 장노년층
위축됐던 20·30대, 온라인 ‘담론투쟁’ 야당 몰표
2002년 대선서 드러난 ‘세대별 투표 경향’ 강화
세대 정치지향 유동적…의제·정당구조 바꿔야
진보적 젊은층-보수적 장노년층
위축됐던 20·30대, 온라인 ‘담론투쟁’ 야당 몰표
2002년 대선서 드러난 ‘세대별 투표 경향’ 강화
세대 정치지향 유동적…의제·정당구조 바꿔야
“반란이라고요? 푸하핫!”
젊은층의 ‘투표 반란’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30대 ‘키보드 워리어’(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핵심 유저) 전윤석(33)씨는 헛웃음부터 터뜨렸다. “20·30대가 언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몰표 준 적 있습니까? 생각없이 산다, 보수화됐다, 제멋대로 낙인찍을 때는 언제고….”
야권의 압승으로 귀결된 6·2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20·30대 유권자의 야당 몰표”가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3년 전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킨 ‘보수화된 젊은층’이 이번엔 ‘좌클릭’을 감행해 판 자체를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좌클릭의 주역들’이 말하는 현실은 다르다. 보수화됐던 유권자들이 마음을 돌려 진보개혁 후보를 지지한 게 아니라, 위축됐던 젊은층 내부의 진보적 분파가 제 목소리를 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런 사실은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동호회의 게시판 여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디지털기기 동호회 ‘디씨인사이드’의 ‘갤러’(자유게시판 ‘갤러리’의 주요 이용자)인 전준기(28)씨는 “이번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고 했다. “2007년엔 진보 성향 유저들이 ‘어차피 어렵다’며 체념하고 침묵하는 사이 ‘화끈하게 엠비를 밀어줘 구직난 좀 덜어보자’는 보수적 유저들이 게시판 여론을 주도했는데, 이번엔 진보 유저들이 판을 움직이면서 ‘이건 아니지 않느냐’ ‘한판 붙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회원수가 9만명이 넘는 야구동호회 ‘엠엘비파크’의 자유게시판도 5월 초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방선거 한 달 전인 5월2일 6건에 불과했던 선거 관련 게시글은 엿새 뒤 50건을 넘기더니, 선거운동 개시일인 20일에는 139건으로 폭증했고, 선거 하루 전인 6월1일은 178건, 당일인 2일에는 498건, 이튿날인 3일에는 759건의 글이 올랐다. 90% 이상이 야권 후보에 투표해야 한다는 독려글이거나, 야권단일화, 사표 논쟁 등 진보진영의 현안과 관련된 글이었다. 또 다른 야구동호회 ‘베이스볼파크’에서 ‘앙겔루스노부스’란 필명으로 활동한 전윤석씨는 “단일화 문제 등 조금 논쟁적이다 싶으면 댓글이 100개는 기본으로 붙었다”며 “듀나(영화), 클리앙(IT정보공유), 디비디프라임(DVD) 등 대형 동호회 상황도 비슷했다”고 전했다.
이런 사실은 6·2지방선거의 세대별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2030의 반란” “20·30대의 재급진화”라고 평가한 것이 심층을 보지 못한 표피적 분석이란 점을 말해준다. 세대별 정치의식의 추이를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진보적 젊은층과 보수적 장노년층의 세대균열은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 한국정치를 움직여온 ‘상수’였다”고 말한다.
실제 520만표가 넘는 압도적 격차로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던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20대와 30대에선 각각 41.6%, 45.4%(<문화방송> 출구조사)만이 그에게 표를 던졌다. 당시 20대 투표율이 47%, 30대 투표율이 54%에 머물렀던 사실(선관위 표본조사)에 견줘보면, 실제 이들 세대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젊은층은 당시에도 보수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체 표심은 왜 시기마다 다르게 나타나는가. 고원 상지대 교수(정치학)의 설명이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고 교수는 “세대는 일정한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이념적으로는 보수-중도-진보의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치상황의 변동에 따라 특정 층위는 부각되고 또 다른 층위는 잠복하면서 세대 전체가 좌우로 진자운동하는 모습을 띄게 된다는 점이다. 고 교수는 “40대의 경우 2007년 대선 당시는 보수-중도적 층위가 이명박을 지지하면서 국면을 주도해 간 반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진보개혁 층위가 20·30대와 연계해 대단히 열정적으로 움직였다”고 분석한다. 이런 분석에 신 교수 역시 공감한다. 세대의 정치지향은 특정하게 구조화된 게 아니라 정세변화의 영향을 받는 세대 내부의 ‘담론투쟁’ 양상에 따라 끊임없이 유동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젊은 세대의 담론투쟁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20대 중반~40대 초반의 학생, 화이트칼라, 정보기술(IT) 종사자가 주축이 된 온라인 동호회의 자유게시판을 꼽는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떤 요인이 담론투쟁의 균형추가 진보쪽으로 기울게 했을까. ‘온라인 전사’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이명박 2년에 대한 환멸 △노무현의 재발견 △야권연대에 대한 기대 △일체감을 투사할 수 있는 젊은 후보군의 존재 등이다. 문제는 이들 요인 가운데 어느 것도 지속성을 기대할만한 구조적 변수는 못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정치권의 ‘세대 정치’ 구상이 한층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진욱 교수는 “심판·견제론에 기대거나 인적 세대교체로 호소하는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세대 내부의 담론투쟁이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젊은 세대에 호소하는 이슈와 정책을 꾸준히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원 교수의 견해도 다르지 않다. “의제와 가치체계, 정당구조를 바꾸는 게 세대정치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그렇다면 이들의 전체 표심은 왜 시기마다 다르게 나타나는가. 고원 상지대 교수(정치학)의 설명이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고 교수는 “세대는 일정한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이념적으로는 보수-중도-진보의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치상황의 변동에 따라 특정 층위는 부각되고 또 다른 층위는 잠복하면서 세대 전체가 좌우로 진자운동하는 모습을 띄게 된다는 점이다. 고 교수는 “40대의 경우 2007년 대선 당시는 보수-중도적 층위가 이명박을 지지하면서 국면을 주도해 간 반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진보개혁 층위가 20·30대와 연계해 대단히 열정적으로 움직였다”고 분석한다. 이런 분석에 신 교수 역시 공감한다. 세대의 정치지향은 특정하게 구조화된 게 아니라 정세변화의 영향을 받는 세대 내부의 ‘담론투쟁’ 양상에 따라 끊임없이 유동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젊은 세대의 담론투쟁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20대 중반~40대 초반의 학생, 화이트칼라, 정보기술(IT) 종사자가 주축이 된 온라인 동호회의 자유게시판을 꼽는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떤 요인이 담론투쟁의 균형추가 진보쪽으로 기울게 했을까. ‘온라인 전사’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이명박 2년에 대한 환멸 △노무현의 재발견 △야권연대에 대한 기대 △일체감을 투사할 수 있는 젊은 후보군의 존재 등이다. 문제는 이들 요인 가운데 어느 것도 지속성을 기대할만한 구조적 변수는 못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정치권의 ‘세대 정치’ 구상이 한층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진욱 교수는 “심판·견제론에 기대거나 인적 세대교체로 호소하는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세대 내부의 담론투쟁이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젊은 세대에 호소하는 이슈와 정책을 꾸준히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원 교수의 견해도 다르지 않다. “의제와 가치체계, 정당구조를 바꾸는 게 세대정치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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