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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민주, 통합리더십 없으면 우리당 실패 답습”

등록 2010-06-11 19:10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젊은 정치리더에게 묻는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그는 ‘사자형’이다. 니체의 인간형 분류에 따르자면 그렇다. 훈육되고 길들여진 ‘낙타형’을 일찌감치 거부한 그다. 고교 중퇴와 검정고시, 학생운동에서 투옥으로 이어진 굴곡진 이력이 이를 증언한다. 비주류 정치인 노무현과 함께 견고한 기득권의 철옹성을 향해 오체투지하던 30대의 그는 또 어떤가. 하지만 10일 대전 중앙로의 충남지사 당선자 사무실에서 만난 안희정에게서 청년시절을 사로잡았던 ‘바쿠닌적 열정’은 감지하기 어려웠다. 그가 강조한 것은 전통과 구세대에 대한 인정, 정치적 다름에 대한 포용이었다.

야당 돌풍 ‘노풍’ 덕 아니다
민주정부 10년 역사의 승리

-막판 선진당 바람을 뚫고 승리했다. 요인은 뭔가?

“전통적으로 충청 보수표의 상당수를 차지해온 60대 안팎의 남성분들이 이번 기회에 바꿔보자며 마음을 열었다. 지역당을 지지해선 ‘만년 3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절감한 거다.”

-노풍 덕을 봤나?

“노풍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운의 죽음에 따른 정서적 충격과 분노는 1년 이상 가기 어렵다. 남는 것은 민주정부 10년과 한나라당 정부 2년 반에 대한 평가다.”

-대통령 노무현을 만든 핵심 참모였지만 당선 뒤엔 청와대에 입성 못 하고 징역을 살았다. 서운하지 않았나?

“2002년 대선 직후 노 대통령이 차기 정부 구상을 밝히면서 우리 의견을 구했다. 그때 내가 이 문제(정치자금 문제)는 어떻게 할까요 물었다. 결론은 ‘수사하면 수사받자’였다. 결국 내가 밖에 남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니 오래 모시던 분을 뺏기는 것 같아 서글펐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본격화되니 외롭고 울적할 틈이 없더라.”

-앞으로 야권내 정치적 역할도 주목된다.

“당장은 도지사로서의 책무가 중요하다. 다만 지금이 ‘3권분립의 민주화운동’으로부터 ‘지방분권의 제2민주화운동’에 돌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우린 독재형 대통령제의 수준은 벗어났다. 문제가 되는 건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역량의 부족이다. 중앙정부한테 잘 보여 예산과 국책사업을 더 따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핵심은 지방과 서울이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권력관계를 재편하는 일이다.”

민노당·진보신당·참여당과
포괄적 연합정당의 길 필요

-민주당이 야권단일화로 좋은 성적표 얻었지만 전국적 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어디서 잘못됐을까?

“서로 탓만 해선 곤란하다. 영향력이 큰 민주당이 책임을 통감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지도자는 민주당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강기갑도, 노회찬도, 유시민도 다 지도자다. 똑같이 책임 있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번호 통일하라는 거다. 1번, 6번, 7번 헛갈리게 하지 말고.”

-선거 때 일시적으로 정당 통합을 하자는 건가?

“아니다. 하나의 정당으로 모이는 게 중요하다. 연합정당하자는 얘기다. 더이상 단일 이념과 단일 헤게모니가 작동하는 20세기식 정당은 존립하기 어렵다.”

-당장 참여당에 민주당과 합당하라는 요구가 많다.

“참여당이 우선은 아니다. 야 4당 모두가 대상이다. 연합을 성사시키려면 ‘저쪽이랑 동업했다간 다 날려 먹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심어줘선 안 된다.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면 소액이라도 투자를 한다. 너무 심각한 사상이나 철학 갖고서 논쟁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들이 보기엔 김대중·노무현 집안과 박정희·전두환 집안, 딱 두 집안만 있는 거다. 일단 하나의 정당으로 모인 뒤 정치인들 각자 개성과 이념에 따라 활동하면 된다.”

-이번 선거 승리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이번 승리는 김대중, 노무현의 승리, 그들이 일군 민주정부 10년의 승리다. 김대중·노무현 때 했던 평화·복지·인권·균형발전의 역사가 선택을 받았다는 얘기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에 충언한다면.

“이번에 시대의 새로운 요구가 드러났다. 젊고 패기 있는 정치인들이 포부와 애당심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분권 역량 모을때
젊은세대 전대 많이 도전해야

-민주당의 호남기득권이 문제라고도 한다.

“그 엄혹했던 시절에 전세방 줄이고 월세값 쪼개 김대중을 지지했던 분들의 자존심을 훼손해선 안 된다. 그분들은 우리가 집권 가능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언제든 자기 것 희생하면서 지지해줄 분들이다.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답습한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응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는데.

“세종시는 원안대로 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충청 지역사업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게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여기(충남)에 내려와서 ‘충청사람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행정수도 공약한 것 아니다’ 라고 말씀하셨더라.”

-4대강 문제 역시 대응팀을 꾸렸다.

“4대강은 현장에서 좀 더 조사한 뒤 정부에 극복할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할 것이다. 당장 가서 왜 안 막느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대안을 갖고 합리적으로 제안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믿음을 줄 것이다. 중앙정부가 응하지 않고 (강행)하려고 하면 싸움을 안 할 도리가 없다. 국민들이 4대강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니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선거 민의에 나타난 4대강 문제에 대해 대화하자고 거듭 제안한다.”

안희정 당선자는 1964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남대전고를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고려대 철학과에 진학해 학생운동을 했다. 정치권 입문 뒤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정무팀장, 참여정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인터뷰 이유주현 이세영 송인걸 기자monad@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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