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학용(오른쪽부터)·정태근·정양석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6·2 지방선거의 민심과 한나라당 혁신 방안 토론회’에서 권택기 의원의 발제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초선들 “청와대 쇄신을”…“당 체질개선” 팽팽
재선들 모임선 인적쇄신 거론없이 “각자 반성”
재선들 모임선 인적쇄신 거론없이 “각자 반성”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이 ‘쇄신’의 기치를 들었지만 ‘갑론을박’, ‘중구난방’식 토론 속에서 쇄신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9일 초선의원 56명(전체 89명)이 참석한 토론회가 열리는 등 나흘째 쇄신 논의가 이어졌다. 재선의원 18명(전체 39명)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초선의원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홍정욱 의원은 “교만·착각에 빠져 소통과 타협을 모르는 촌티가 ‘한나라당스러움’의 요체”라고 진단했다. 그 때문에 한나라당은 “20~30대가 봤을 때 밥맛없는 당”(권택기 의원)이 됐고 “폐쇄적인 수구꼴통의 이미지”(김학용 의원)가 굳어져 결국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그러나 민심을 되찾아올 방법은 토론회에 참석한 ‘입’의 숫자만큼이나 제각각이었다. ‘청와대 쇄신 우선’과 ‘당 체질 우선 개선’이 엇갈렸고, ‘보수 혁신론’과 ‘보수 강화론’이 맞섰다. 권영진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압도적인 표차로 ‘엠비(MB) 정권’을 심판했는데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라는 게 어떻게 남 탓이냐”고 했지만, 진성호 의원은 “청와대 책임은 10번째나 11번째다. 한나라당이 먼저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홍정욱 의원은 “복지와 안보 분야에서 진보적 정책도 과감히 수용하고 푸른색을 탈색하고 때로 ‘붉은 한나라’가 되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며 “쿨(cool)한 보수”가 되자고 근본적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를 주도했던 조전혁 의원은 “정권 바뀌고 총선에서 지면 어떠냐, 기본 가치마저 부정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서슴없이 나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성린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진 것은 (국정) 방향이 틀린 게 아니라 국민 설득을 못한 것”이라며 “정책 기조를 바꿔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설왕설래로 그친 건 재선 모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선 모임에선 청와대 인적쇄신 문제는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니 각자 반성하며 겸허히 가자는 게 주된 분위기”였다는 게 브리핑을 맡은 김정훈 의원의 설명이다. 되레 “누구를 배제하라는 식의 청산주의는 안 된다”(임해규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재선 모임에서는 지방선거 패배의 핵심 원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갈등으로 치환되는 듯했다. 의원들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하루빨리 만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이날 열린 초·재선의원 모임 두 곳에서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었다. 계파의 이해와 직결된 전당대회 시기는 물론, 쇄신의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할 추천 인사도 정하지 못했다. 초선의원들은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청와대의 인적쇄신과 당내 계파갈등 해소 필요성을 담은 결의문을 낼 예정이었으나, 문구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실패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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