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야권 단일화하니 싹수가 보입디다”

등록 2010-06-07 20:01수정 2010-06-07 22:16

‘시장·광역의원 싹쓸이’ 경기 고양을 가다
‘시장·광역의원 싹쓸이’ 경기 고양을 가다
‘시장·광역의원 싹쓸이’ 경기 고양을 가다
시민단체 연대기구가 중재
“정당간 불신 극복 큰 의미”
시정 공동운영위 실험 기대

“누굴 찍었습니까?”

6일 한낮의 일산 호수공원에서 물리치료사 박현준(44·고양시 탄현동)씨를 만나 물었다.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기자의 행색을 살피던 박씨는 신분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줄투표 했습니다. 야권 단일후보한테요. 만날 지들끼리 지지고 볶더니, 이번엔 뭔가 싹수가 보입디다.” 대화동 킨텍스에서 만난 회사원 이아무개(34·주엽동)씨도 그랬다. “길게 고민할 것도 없었어요.”

고양은 시장뿐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 4명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지난 네 차례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진 것은 ‘탄핵 역풍’이 불었던 2004년 총선뿐이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각각 60%와 42%를 득표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최성 고양시장 당선자(민주당)는 54.4%를 득표했다. 2년 전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이 얻은 지지율(27%)을 2배나 끌어올린 것이다. 시민단체 연대기구인 ‘무지개연대’의 중재로 이뤄진 야5당(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의 후보단일화 덕분이다. 고양시의 야권 단일화는 시장뿐 아니라 도의원, 시의원 등 모든 선거에서 성사됐다. 그 결과 도의원 8석을 싹쓸이하고 기초의원 30석 가운데 17석을 확보했다.

일차적 승인으로 꼽히는 것은 지역에서 착실히 준비해온 야권연합이다. 고양시의 정당과 시민단체는 지난해 2월부터 공동대응기구를 만들어 단일화를 추진해 왔다. 한때 중앙 차원의 ‘5+4’ 회의 결렬로 무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시민사회의 압박과 오랜 연대활동을 통해 쌓아온 신뢰에 힘입어 고비를 넘겼다.


고양시 정당별, 지역별 득표 현황
고양시 정당별, 지역별 득표 현황
그러나 초유의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했다. 주엽동의 무지개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이춘열 집행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조마조마했어요. 이렇게까지 판을 키워놓고 깨지면, 고양에서 운동한다고 얼굴이나 들 수 있었겠어요?” 진보신당의 최재연 도의원 당선자도 “단일후보가 됐지만 인지도가 낮아 당선되리라고 확신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맏형’격인 민주당의 양보도 평가받을 대목이다. 민주당 쪽 협상대표였던 김현미 전 의원은 “다른 정당들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판을 깨면 공멸한다는 생각에 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협상을 진행했다”며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지역의 당 조직이 흔쾌히 움직여준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을 함께 펼치며 정당간 두터운 불신을 극복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다. 민노당의 송영주 도의원 당선자는 “선거 전엔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성을 100% 확신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쌓인 신뢰가 앞으로의 정책공조를 통해 다져진다면 2012년 큰 선거에서 한층 의미있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유은혜 일산동구 지역위원장도 “진보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열정과 헌신에 감명까지 받았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고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야5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할 시정운영위원회다. 시장 직속으로 만들어질 이 기구에서 각 당과 시민단체들은 선거 전에 합의한 정책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을 구상·실행하게 된다. 박시동 시의원 당선자(참여당)는 “진보가 늘 승리하기 위한 지역적 기반을 시정의 공동운영으로부터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달 그림자” 윤 궤변에…국힘서도 “손바닥에 ‘왕’ 써도 하늘 못 가려” 1.

“달 그림자” 윤 궤변에…국힘서도 “손바닥에 ‘왕’ 써도 하늘 못 가려”

윤석열 국정이 ‘달 그림자’였다…작년 ‘사과’ 직후 ‘계엄 모임’ 2.

윤석열 국정이 ‘달 그림자’였다…작년 ‘사과’ 직후 ‘계엄 모임’

‘윤체이탈’ 윤석열…“살인 미수로 끝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게 되냐” 3.

‘윤체이탈’ 윤석열…“살인 미수로 끝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게 되냐”

유시민 “비명주자들 이재명 비판은 망하는 길로 가는 것” 4.

유시민 “비명주자들 이재명 비판은 망하는 길로 가는 것”

“경호처, 계엄 해제 뒤 노상원에 2번째 비화폰 지급…증거 인멸용” 5.

“경호처, 계엄 해제 뒤 노상원에 2번째 비화폰 지급…증거 인멸용”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