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광역·기초의원 55명 입성
부산·경남지역에서도 한나라당의 일방독점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표면적으론 한나라당 우위의 체제가 견고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경남에서 한나라당은 11명의 기초단체장을 당선시켰지만 지난 2006년에 비하면 3명이 줄었다. 의령, 함양, 합천, 함안에서는 현직 단체장이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지만 무소속에 자리를 내줬다.
한나라당 독주 체제의 균열 조짐은 광역, 기초의원 선거 결과에서 두드러진다. 여러 곳에 단일후보를 낸 야권은 경남에서 김두관 도지사와 김맹곤 김해시장 외에 도의원 7명, 시·군의원 20명의 당선자를 냈다. 부산에서도 야권은 기초의원에 출마한 단일후보 37명 가운데 35명을 당선시켰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섰던 김정길 민주당 후보의 ‘선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44.6%의 지지를 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5년 부산시장 출마 당시 받았던 36.7%를 껑충 뛰어넘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부산시장으로 나왔더라면 허남식 시장이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가 ‘여당 지역 속 야당 도시’로 급부상한 점도 눈에 띈다. 김해에서는 경남 중 유일하게 민주당 시장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광역의원(4명)·기초의원(11명)을 모두 당선시키는 이변이 벌어졌다.
이런 변화를 두고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이후 사라졌던 ‘피케이(PK)의 야성’이 회복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여당 한쪽에선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투표성향이 미묘하게 다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란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2년 뒤 총선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