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수도권 승리’ 자신감
한나라당에선 요즘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선거 초반 “박 전 대표를 찾아뵙겠다”던 오세훈(서울), 김문수(경기) 후보도 더는 박 전 대표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유세 지원 없이도 수도권 등 승부처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10%포인트 차로 앞서는 등 6·2 지방선거 성적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친이계에서는 특히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수 선거에서 이석원 한나라당 후보가 친이계와 가까운 김문오 무소속 후보와 박빙으로 다투는 등 고전하고 있는 점을 들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 전 대표 효과가 다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주자로서의 박 전 대표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주류 쪽에서는 한 발 더 나가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박 전 대표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친이 직계의 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도 경제회복 등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친이계 의원들 가운데도 박 전 대표의 눈치를 일일이 살피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친이 직계 의원도 “이대로 박 전 대표에게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정서가 친이계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당장 지방선거 이후 열리는 6월 국회에서부터 세종시 수정안 추진과 개헌 논의로 박 전 대표에 대한 압박이 시작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28일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박 전 대표의 지원 없이도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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