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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몰겄슈 부동층’ 30% 최대 변수

등록 2010-05-25 19:28

충남도지사 후보 여론조사 결과
충남도지사 후보 여론조사 결과
[선택 6·2 D-7] 격전지를 가다|충남지사
박상돈-안희정 각축속 숨은표 유난히 많아
“역대 선거처럼 나중엔 지역 바람” 전망도
먹장구름 내려앉은 빗속의 시가지는 좀체 제 빛깔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낯선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 탓만은 아닌 듯했다. 24일 천안 중앙시장에서 만난 박창식(67)씨 반응이 그랬다. “나도 내 맘을 몰겄슈. 투표날 아침이면 정해지겄지유.” 천안에서 20년 넘게 시민운동을 해온 이상선씨는 이를 두고 ‘충청민 특유의 그려유 정서’라고 표현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말로 확답을 피하면서 어지간해선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게 보편 정서라는 것이다. 천안시청에서 만난 지역신문 기자도 “여론조사와 개표결과가 가장 엇갈리는 지역이 충청도”라며 “투표함 열기 전엔 부처님도 모르는 게 충청 민심”이라고 했다.

투표일이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충남의 부동층은 여전히 30%를 웃돈다. 10~20% 수준인 다른 지역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안희정(민주당)·박상돈(자유선진당) 후보가 20%후반~30%초반의 지지도로 오차범위 안 각축을 벌이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부동층의 막판 선택이 판세를 좌우하리란 점은 자명해 보인다.

표심을 드러낸 유권자들은 세대와 지역에 따라 지지후보가 엇갈렸다. 20~40대에선 안희정 후보, 50~60대 장·노년 층에선 박상돈, 박해춘(한나라) 후보 지지자가 많았다. 세종시와 인접한 까닭에 ‘원안’ 고수론자인 안희정·박상돈 후보가 ‘양강’을 형성한 남부 지역에서도 젊은층은 안 후보를, 장노년층은 박 후보를 선호했다. 25일 공주 계룡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이재홍(81)씨는 “여기는 무조건 3번(선진당)”이라고 했다. 후보자 이름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엔 “우린 숫자 보고 투표하는 사람들”이라며 “(나이가 드니)벽보를 봐도 이름을 자꾸 잊어버린다”고 했다.


 박해춘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충남 아산시 노인복지관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산/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박해춘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충남 아산시 노인복지관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산/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안희정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논산/탁기형 선임기자
안희정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논산/탁기형 선임기자
계룡면 향토회장 이길운(49)씨 말은 달랐다. 향토회는 면에 거주하는 40·50대가 주축이다. “그거야 어르신들 얘기유. 우리 회원 ‘열에 일곱’은 안희정이유. 젊은 사람들은 당보다 인물이라니까유.” 공주교대 교정에서 만난 임인규(24)씨도 “선거에 관심을 가진 또래들 사이에선 젊은 안희정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고 했다.

상대적 열세인 박해춘 후보는 도시 자영업자층에서 만만찮은 지지세를 보였다. 천안 중앙시장에서 견과물을 파는 김명수(67)씨는 “지역 발전을 위해 집권당을 찍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들은 쟁점인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 이아무개(54)씨는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상관 없다”며 “지지부진한 세종시 문제를 매듭지으려면 힘있는 여당 도지사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선거 기간의 핵심 변수로 ‘충청도 지역바람’을 꼽는다. 세종시 논란은 이미 후보 지지도에 충분히 반영돼 판을 흔들 파괴력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희정, 박상돈 후보 모두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 후보는 ‘충청의 새로운 대표선수’, 박 후보는 ‘힘내라 충남, 세우자 자존심’이 머리구호다.


 박상돈 자유선진당 충남도지사 후보(오른쪽)가  24일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산/탁기형 선임기자
박상돈 자유선진당 충남도지사 후보(오른쪽)가 24일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산/탁기형 선임기자
김욱 배재대 교수(정치학)는 “충남의 역대 선거에서 드러나듯 막바지엔 지역주의 바람이 불게 돼 있다”며 “인물론에 기댄 안 후보 보다는 확실한 지역기반을 가진 선진당 박상돈 후보로 표쏠림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가 근거로 드는 것은 ‘선진당 숨은표론’이다. 지역당 이미지가 강한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게 부담스러운 도시 유권자들이 부동층의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정연정 배재대 교수(공공행정학)는 안 후보가 유리하다고 본다. 충청의 지역주의는 특정 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라기보다 지역에 실익을 가져다줄 후보가 누군지를 견준 뒤 표를 몰아주는 ‘실리적 지역주의’ 경향이 강하다는 게 그 이유다. 정 교수는 “세종시 논란을 거치며 강화된 ‘충청 홀대론’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할 선명하고 힘있는 인물과 정당에 대한 선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제1야당 후보이면서 젊은 차세대 지도자 이미지로 호소하는 안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청의 지역주의가 직면한 딜레마는 주민들 반응에서도 감지됐다. 공주의 택시기사 염갑덕(60)씨는 “가능성이나 인물면에선 젊은 후보에게 끌리지만, ‘핫바지’ 소릴 안 들으려니 선진당을 외면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D-8일’, 갈 길 못 정한 충청 민심이 천안 삼거리, 자욱한 안개비 속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천안·공주/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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