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검찰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려고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선거뒤로 미루겠다더니…” 관련 사무실 압수수색
한 후보 “사실 아닌것으로 모욕주려고 공작 재개”
한 후보 “사실 아닌것으로 모욕주려고 공작 재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 됐다.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일(13~14일) 첫날이란 시점도 절묘했다.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과 함께 “정치적 린치행위”라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검찰이 6·2 지방선거 기간에는 중단하겠다고 했던 정치자금 별건 수사를 계속 진행해왔다는 사실이 <한국일보>에 보도된 13일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캠프는 벌집을 쑤신 듯 들썩거렸다.
이해찬 선거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곽영욱 사건)선고 하루 전 있지도 않은 별건수사 내용을 흘려 판결에 부당한 영향을 주려 하더니, 이번엔 후보등록일에 맞춰 흠집내기용 거짓사실을 유포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정부의 관권선거 논란과 검찰수사를 한 데 엮어 “국민들 마음이 떠나니 관권선거를 획책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다 쫓겨난 이승만 독재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엄정하게 정치중립을 지키라”고 날을 세웠다.
한명숙 전 총리도 적극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이 언론과 함께 저를 음해하고 사실도 아닌 것으로 모욕을 주려는 공작을 재개했다”며 “매우 사악하고 비열한 정권이란 점이 다시 드러났다”고 말했다. 선대위 대변인 임종석 전 의원은 한나라당을 겨냥해 “당 대표와 대변인, 지방선거기획단장이 모두 나서 여성인 한명숙 후보 한 사람만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다”며 “매우 비겁하고 야만적인 행위로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맹공했다. 한 전 총리쪽에선 이날 공동선대위원장인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 검찰은 이번 수사가 한 전 총리와는 무관한 김아무개씨의 ‘개인 대출 비리’와 관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는 한 전 총리 쪽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았던 ㅎ사 대표 거래은행의 전 지점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지난달 ‘선거 후보자 관련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까지 말했는데 한 전 총리 수사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순전히 (ㅎ사 대표가 관련된) 개인비리인데 (수사하다) 걸린 것을 처리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12일 ㅎ사에 돈을 대출해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김 전 지점장을 체포했다. 검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씨를 체포했으며, 이날 서울 역삼동에 있는 김씨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각종 서류와 전산기록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씨의 혐의가 확인되는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체포의 ‘타이밍’(시점)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부장급 검사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았다면, (체포의) 타이밍이 이상하다”며 “야당 쪽에서 의심을 해도 어쩔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세영 김남일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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