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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피켓 대신 트위터, 유권자 운동 ‘신인류’가 떴다

등록 2010-04-19 20:32수정 2010-05-03 10:25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를 약속하면 프리허그를 해준다’는 글을 올렸던 김지숙(@foxgogi)씨가 지난달 20일 실제 서울 인사동에 나와 유권자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블로거 ‘미디어 몽구’ 제공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를 약속하면 프리허그를 해준다’는 글을 올렸던 김지숙(@foxgogi)씨가 지난달 20일 실제 서울 인사동에 나와 유권자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블로거 ‘미디어 몽구’ 제공
운동가 아닌 자발적 이웃이…정치 수다 ‘커피당’ 대표적
투표참여 독려 프리허그에 5000여명 온라인 집회도
19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인문학 서점 ‘이음’ 입구에 ‘개념찬 유권자들의 유쾌한 정치수다-커피당’이라는 알림글이 나붙었다. 서점 안 탁자엔 영화배우 권해효씨와 20여명의 사람들이 커피와 김밥, 과일을 놓고 둘러앉았다.

“걱정하는 이들은 많은데, 행동하는 이들은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은 ‘투표율을 높이는 20가지 방법’에 대해선 꼭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권씨가 운을 떼자, 얼마 전 백수에서 최근 인턴이 됐다는 누리꾼 ‘지훈’은 “4대강처럼 약간 동떨어진 주제보다 우선 내 동생이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무상급식 등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누리꾼 ‘참’은 “등록금 문제처럼 내 관심 분야가 있어도, 내 투표가 직접 등록금 인하로 연결되는 고리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수사가 길어지자 서점에서 책을 보던 이들도 하나둘 끼어들었다.

배우 권해효(가운데)씨가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동 ‘책방 이음’에서 열린 ‘권해효의 커피당’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커피당’은 편한 사람들과 커피 등을 마시며 정치 견해를 나누는 모임으로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배우 권해효(가운데)씨가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동 ‘책방 이음’에서 열린 ‘권해효의 커피당’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커피당’은 편한 사람들과 커피 등을 마시며 정치 견해를 나누는 모임으로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14일 저녁에도 서울 강동구 명일역 근처의 한 선술집에서 강동구 주민과 대학생 등 14명이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20대의 정치 참여’를 놓고 2시간 남짓 수다를 떨었다. 이날 모임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 아버지로 나온 배우 맹봉학씨가 마련했다. 맹씨는 “지역 사람들이 모여 현안을 이야기하는 모임을 커피당이라고 하던데, 전 커피보다 막걸리가 좋아 막걸리당을 만들었죠.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다 정치 아니냐”며 웃었다.

‘커피당’(Coffee Party)은 사람들이 소규모로 모여 커피를 마시며 정치적 견해를 나누는 유권자 행동으로, 미국의 진보 성향 유권자 모임인 ‘커피파티’를 ‘응용’한 것이다. 서울·부산·제주 등에 지역별 모임이 있고, 서울 안에서도 구별로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만남을 자유롭게 제안하고, 참석자들은 온라인에 사진·후기 등을 남겨 내용을 공유한다. 커피당을 국내에 처음 제안한 ‘2010 유권자희망연대’는 “일상에서 자연스레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정치에 대한 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표현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2000년 총선의 낙천·낙선운동과 2004년 촛불집회로 표출됐던 유권자 운동이 이제는 일상적인 정치활동 쪽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셈이다.

1인시위와 거리집회, 기자회견 등의 운동 방식도 온라인에서 다양한 형태로 분화돼 발전하고 있다. 공권력과의 충돌을 피해 지난해 11월 처음 시작된 온라인 집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누리꾼들은 각자가 활동하는 누리집에 집회 홍보를 시작하고, 시간이 되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포토즐’ 게시판의 온라인 집회 공간에 접속한다. 사회자가 주제를 제시하면, 누리꾼들이 댓글로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형식이다. 사회자는 중간중간 눈에 띄는 댓글을 메인 게시글로 스크랩하고, 집회가 끝나면 내용을 정리해 누리집에 올린다. 1000명 정도로 시작했던 온라인 집회는 최근 참여자가 5000명가량으로 불어났다. 온라인 집회를 처음 시작한 주권닷컴의 이광호씨는 “광화문과 청계광장 등에서 집회가 불가능해지면서, 시민들이 온라인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이용한 개인의 ‘투표 독려 활동’도 눈에 띈다. 여우고기(@foxgogi)라는 아이디를 쓰는 김지숙씨는 지난달 18일 트위터에 ‘투표를 약속하면 인사동에서 프리허그를 해준다’는 글을 올렸고, 이틀 뒤 실제 인사동에 등장했다. 한 블로거가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김씨의 제안은 삽시간에 온라인에 퍼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프리허그를 하진 않았지만 꼭 투표를 하겠다”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뭉치기도 한다. 고2 아들을 둔 평범한 회사원인 누리꾼 ‘희망새’는 2년 전 종로에 나갔다가 자주 밤샘을 할 정도로 ‘열혈촛불’이 됐다. 그가 활동하는 은평지역 ‘촛불나누기’ 카페 회원들은 1~2주일마다 회원들끼리 모여 이번 선거의 쟁점인 4대강 반대운동, 무상급식 서명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2년 전 ‘촛불’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새로운 참여형 유권자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상급식 운동 같은 쟁점들은 생활정치 이슈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경쟁주의·신자유주의에 골몰하는 정부에 맞서는 근본적인 문제제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도 “사람들은 촛불이 한동안 뜨겁게 타오르다가 갑자기 꺼져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정치적 경험을 학습했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오바마를 당선시켰던 ‘무브온’ 운동처럼 자발적인 유권자 운동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이유주현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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