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자동저장 사실 몰랐다” 궁색한 변명
보안전문가 “해병대는 전 과정 봤을수도”
보안전문가 “해병대는 전 과정 봤을수도”
천안함 침몰 장면을 담은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둘러싼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은 7일 침몰 당시 상황이 담긴 촬영분 2개를 추가 공개했다. 추가 공개된 영상은 사고 직후 공개된 영상과 동일한 열상감시장비에서 촬영된 것이다. 합조단은 “원래 열상감시장비는 자동으로 영상을 인근 초소와 상황실에 전달해 저장하는 디브이아르(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방식과 초병이 녹화 버튼을 눌러야 현장에서 테이프에 녹화가 되는 수동 방식이 동시에 작동된다”며 “하지만 사고 초기엔 초병과 해당 부대(해병 6여단)에서 디브이아르 방식으로 영상이 저장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걸 합조단 전문가들이 직접 자료를 압수해 분석하고서야 뒤늦게 자동으로 녹화된 영상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지나치게 궁색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열상감지장비를 10년 넘게 운용해 온 군 당국이 디브이아르 방식에 대해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초소와 연결된 부대 상황실에서는 현장의 초소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천안함의 모습을 지켜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추가 공개된 영상에도 천안함 사고 순간 장면은 쏙 빠진 것을 두고 또 다른 은폐 시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일부에선 설령 해당 초소에서 사고 순간을 놓쳤다고 해도 인근의 다른 초소들에서 침몰 현장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 백령도에서 해상감시를 담당했던 한 전역자는 “6여단 산하 2개 대대가 각각 백령도 해안을 동북쪽과 서남쪽으로 나눠 감시한다”며 “1개 대대 당 3~4개의 열상감시장비 초소가 있어, 서로 사각지대 없이 중복으로 경계하다 보면 한 장면을 중복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서남쪽 해안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초소 이외의 다른 인근 초소에서도 침몰 상황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초소의 촬영 화면도 자동으로 상황실 저장장치에 녹화되는 만큼 추가 조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답변에서 “더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고나무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