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
미국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애초 공공사업의 국가경제적 효과를 주장하기 위해 사용했던 이 표현은 이후 미국의 보수 우파들에 의해 자주 인용돼왔다.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이익이 되는 정책을 쓰면 경제 전체가 성장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저소득층과 중소기업들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명제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역사적 경험은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배들은 암초에 걸려 아무리 밀물이 들어와도 뜨지 않는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이는 결국 부채소비로 이어져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가 터지는 한 요인이 됐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주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경제 활력의 저하와 함께 오히려 분배 상황은 악화됐다. … 모든 양극화와 계층간 격차는 저성장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다. 7%의 경제성장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개인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국가의 재정을 풍부하게 하여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공약집에 나온 내용이다. 성장 위주 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실제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규제 완화와 감세, 고환율 정책 등 친기업·친부자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결과는 사회 각 부분의 양극화 심화, 가계소득 감소와 가계부채 급증, 대규모 재정 적자다. ‘고용 없는 성장’ 문제는 정부조차 인정하는 발등의 불이다.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현 정부에 필요한 것은 낙수 효과(트리클다운), 하향식 경제학의 포기와 분수 효과(보텀업), 상향식 경제학으로의 방향 전환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소득층에서 중산층·저소득층,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자영업자, 수출에서 내수, 성장에서 고용과 분배로 정책의 방점을 옮기는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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