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강기갑 민노당 대표, 경찰과 ‘일사불전’ 각오
민노당 서버 압수수색
공당 살림살이 파헤쳐
합법 전공노마저 불인정
하위직 공무원 옥죄기 “소가 밭에 있는 콩을 먹었을 것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소의 배를 가르고, 소의 발자국을 찾는다고 온 콩밭을 다 파헤쳐 엎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농민 출신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사진)는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들의 민주노동당 당비 납부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경찰은 전날(4일) 민주노동당의 서버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은 민노당의 회계 책임자를 피의자로 소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 민노당 대표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경찰 수사가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고 맞서는 사람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의 명운을 걸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번 수사를 어떻게 보나. “이 정부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탄생한 전공노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민주노총 가입에 대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방해를 해왔다.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해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지만, 무죄가 나오거나 벌금형과 선고유예에 그치지 않았나. 결국 제 뜻에 반하는 세력들에 법에 금지된 정당 가입을 했다는 굴레를 씌워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날뛰는 것이라고 본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의 중립성을 자기 편향적으로 확대 해석해 하위직 공무원들을 옴쭉달싹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경찰이 민노당 서버까지 압수수색하는 등 강경하게 나오는데. “서버 압수수색은 공당의 살림살이와 당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파헤쳐 들여다 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민노당이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을 적극 알리는 등 이 정권의 잘못된 행보에 반대한 것을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본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아예 ‘방해꾼’의 싹을 억압하고 골병들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노당이 진보대통합 등 ‘반엠비 연대’에 나서겠다는 뜻을 가장 적극적으로 밝히며 국민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 같다. 이럴수록 반엠비 연대에 박차를 가해 이 정권의 잘못을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일로 지난달 31일 창당 10돌 행사에서 밝힌 ‘제 2의 도약’이 타격 받지 않겠나. “민노당 10년의 역사는 박해를 받으며 지켜져 온 것이다. 이 정권 들어 고통이나 시련이 훨씬 커졌지만,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차별을 거부하는 우리 당의 정체성에 비춰보면 이 정권 아래서 탄압받는 건 되레 당연하다. 오히려 (이런 탄압이) 민노당을 아끼고 키워주기 위한 자연의 큰 기운 같다. (웃음) 시련의 채찍을 잘 극복하지 못한다면 뿌리가 말라 붙겠지만, 시련을 잘 극복하면 앞으로 대안 정당, 국민과 함께 하는 정당으로 나가자는 뜻이 더욱 잘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여긴다.” -앞으로 대응은. “부드럽고 유연한 정당으로 제 2의 출발을 하겠다고 하니 우리를 더 ‘그 쪽’(폭력)으로 모는 것 같다. 잘못된 수사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되, 차분하고 이성적인 행동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특히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허가제 도입 등 국회에서 풀어야 할 민생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원내 의정활동도 열심히 해나가겠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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