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날치기 처리에 항의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원외투쟁을 벌여온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문순, 천정배, 장세환(왼쪽부터)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내 복귀를 발표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천정배·장세환·최문순 의원 “무효화 얻지 못해 국민께 죄송”
언론관련법 ‘날치기 처리’에 항의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의 천정배·장세환·최문순 의원이 10일 국회로 돌아왔다.
‘문방위 3인방’으로 불린 이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악법 날치기를 비롯한 이명박 정권의 폭정에 맞서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투쟁을 하기 위해 원내에 복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과 최 의원은 지난해 7월22일 언론관련법이 날치기 처리된 직후, 장 의원은 지난해 10월29일 헌법재판소의 언론관련법 결정 직후 각각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후 서울 명동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원외투쟁을 해왔다. 이들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들어가는 것이 국민 여러분께 한없이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가발전과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원내 복귀 결정은 언론관련법 재개정이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에서 원외투쟁을 이어가는 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원내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이라는 계산도 한 것 같다. 이들은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본격화할 야권의 세종시 수정 저지 투쟁에 힘을 보탠 뒤, 2월 임시국회부터 본격적인 원내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방위에서 앞으로 진행될 종합편성방송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엉터리 짓을 못하도록 견제하고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게 이들의 당면 원내활동 목표다.
이들은 이날 복귀를 선언하며 정세균 대표의 현 지도체제에 대해서도 “무기력증과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쓴소리를 한 뒤, “당 쇄신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애초 복귀 기자회견문에 ‘당을 쇄신하지 않는다면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는 문구까지 넣으려고 했으나, 당권 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복귀함에 따라 함께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던 정세균 대표의 복귀 가능성도 커졌다. 정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문방위 3인방의 거취가 중요하다. 내 문제는 이들이 복귀한 뒤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정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언론관련법 문제 외에도 민주주의 후퇴 문제가 많은 상황이므로 대표가 거취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