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맨 앞)이 지난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김형오 의장이 노조관계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한 뒤 반대 토론을 하는 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이 웃거나 웃음기 머금은 표정으로 권 의원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뼘 정치]
본회의 강행 처리에 참담
`97년 날치기’ 재연에 분노
이틀 몸져누운 뒤 일어나
본회의 강행 처리에 참담
`97년 날치기’ 재연에 분노
이틀 몸져누운 뒤 일어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마친 직후였다. 홀로 복도로 나온 그의 눈에선 “서러움인지 분노인지 억울함인지, 그 모두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터져나왔다. ‘경상도 사나이’ 예순아홉 평생에 없던 눈물이었다. “대선 패배 때도 저렇게 서럽게 울지 않았는데….” 그의 곁에서 11년을 함께해온 문명학 보좌관도 당혹스러워할 정도였다.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이 노조법을 직권상정한 순간, 권 의원이 떠올린 건 10여년 전 자신의 손을 잡았던 분신 노동자의 뜨거운 ‘화기’였다. 노동운동을 하며 제 손으로 장례를 치렀던 노동자 100여명의 얼굴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1997년 민주노총 위원장 당시 총파업을 이끌며 신한국당이 날치기한 노동법을 재개정시킨 그였던 만큼, 13년 만에 ‘재반복’된 현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권 의원은 이날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낸 노조법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에 나섰다. 무력한 ‘몸싸움’ 대신 택한 ‘저항’이었다.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세상을 만들자며 수많은 죽음으로 지켜온 노동기본권이 말살되는 짐승 같은 이 시대”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발언을) 마감해 달라”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거듭된 재촉에도 그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법을 만드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권 의원 외에도 이날 같은 당의 이정희 의원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 등이 눈물로 노조법 수정안 반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유’로 응수했다. “집권 여당으로서의 태도는 물론, ‘인간에 대한 예의’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절망”했다고 한다.
그는 이틀 내리 몸져누웠다. 하지만 3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날 경남 창원의 정병산에 오른 그는 “여전히 북받쳐 오르는 감정은 내려놓고 더 큰 싸움을 위해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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