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성격 변화
정부가 ‘백년대계’를 내세우며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자의 입에서 나오는 세종시의 성격은 그 때마다 달라지고 있다. 정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 9월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천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 송도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에 대한 세심하고 넓은 고려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는 “녹색도시, 과학지식도시, 산업도시 등 ‘3대 개념’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3대 개념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 때는 “제 머릿속에는 교육과학, 산업도시 그림이 있다”는 말로 뒤바뀌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까지 나서 세종시 성격에 대한 말바꾸기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10일엔 “세종시를 대덕 연구단지, 오송 생명과학단지와 연계해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가 나흘 뒤인 14일엔 “행정중심 빼고 기업도시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16일 열린 민관합동위원회에서는 “돈과 기업이 모이는 경제허브, 과학과 기술이 교육 및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과학메카”라는 좀 더 추상적인 말로 바뀌었다. 정 총리 주재로 23일 열린 제2차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서는 위원 다수가 세종시의 성격을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도시의 상징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첨단녹색지식산업도시’나 ‘창조산업도시’ ‘과학도시’로 하자는 의견도 분분하게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민관합동위원회에 보고한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는 4년 전 국회에서 논의 끝에 폐기한 개념”이라며 “비전도 철학도 없는 정부가 무슨 백년대계를 운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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