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던 중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미FTA ‘재협의’ 논란] 어떻게 진행될까
* 금융 세이프가드 : 금융거래 일시제한조처
* 금융 세이프가드 : 금융거래 일시제한조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 분야에 대한 재협상 뜻을 내비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쪽에선 21일 거듭 “협정문을 수정하는 추가 협상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적어도 자동차 분야에 관한 한 한-미간 새로운 통상협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 쪽에선 맞대응 카드를 내밀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주고받기’(패키지 딜)로 협상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통상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나 중국의 급부상 등 달라진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쪽 협상력에 따라 일방적인 내주기를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덧붙는다.
금융위기 부른 미국 입장서 무시하기 어려워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 구체화도 요구해볼만
‘투자자-국가 제소제’ 재론 등 역공 필요성도 미국 쪽의 자동차 분야 공세에 맞서 한국 쪽에서 맞대응용으로 꺼내들 수 있는 현실적인 재협상 카드로는 금융세이프가드(금융거래 일시제한조처)와 개성공단 공산품의 한국산 인증 문제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타결된 협정문엔, 급격한 외환유출입이 발생하면 외환거래를 일시 중지시킬 수 있는 세이프가드 장치를 두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견해가 많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제한할 수 없고 통상적인 투자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등 10가지를 웃도는 엄격한 전제 조건들 탓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 뒤 세계 각국은 투기성 외화자금의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금융 관련 합의조항은 이런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대표적인 게 허술한 세이프가드 장치다. 따라서 발동 요건을 3~4가지로 줄여 실효성을 높이자는 제안을 내놓으면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처지에선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개성공단 공산품의 원산지 문제 또한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 제안, 북-미 협상 진전 등 바뀐 국내외 환경에 맞춰 협정문 수정을 공세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그랜드 바겐에서 개성 공단 문제가 빠질 수 없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 협정문에 원산지 규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협정문은 협정 발효 1년 뒤 ‘역외가공위원회’를 구성해 개성공단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여부를 논의한다는 수준의 문구만 담고 있다. 이밖에 협상 때 최대 쟁점이었던‘투자자-국가 제소제’를 비롯한 다른 ‘독소조항’을 재론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굉장히 진보적인 내용을 담은 새로운 통상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자동차만 (재협상)하지 말고 농업, 투자, 지적 재산권, 서비스 이런 분야의 각종 독소 조항들을 새로 논의할만하다”고 말했다. 최승환 경희대 교수(국제법)는 “협상이라는 게 ‘주고 받기’인데, 미국 쪽 주장을 받아 자동차 부문에서 양보한다면 한국도 추가로 뭘 요구해 얻어내야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쇠고기 문제(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강화 등)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정치 역학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최 교수는 중국의 부상,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등으로 협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김영배 황보연 기자 kimyb@hani.co.kr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 구체화도 요구해볼만
‘투자자-국가 제소제’ 재론 등 역공 필요성도 미국 쪽의 자동차 분야 공세에 맞서 한국 쪽에서 맞대응용으로 꺼내들 수 있는 현실적인 재협상 카드로는 금융세이프가드(금융거래 일시제한조처)와 개성공단 공산품의 한국산 인증 문제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타결된 협정문엔, 급격한 외환유출입이 발생하면 외환거래를 일시 중지시킬 수 있는 세이프가드 장치를 두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견해가 많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제한할 수 없고 통상적인 투자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등 10가지를 웃도는 엄격한 전제 조건들 탓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 뒤 세계 각국은 투기성 외화자금의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반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금융 관련 합의조항은 이런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대표적인 게 허술한 세이프가드 장치다. 따라서 발동 요건을 3~4가지로 줄여 실효성을 높이자는 제안을 내놓으면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처지에선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개성공단 공산품의 원산지 문제 또한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 제안, 북-미 협상 진전 등 바뀐 국내외 환경에 맞춰 협정문 수정을 공세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그랜드 바겐에서 개성 공단 문제가 빠질 수 없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 협정문에 원산지 규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협정문은 협정 발효 1년 뒤 ‘역외가공위원회’를 구성해 개성공단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여부를 논의한다는 수준의 문구만 담고 있다. 이밖에 협상 때 최대 쟁점이었던‘투자자-국가 제소제’를 비롯한 다른 ‘독소조항’을 재론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굉장히 진보적인 내용을 담은 새로운 통상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자동차만 (재협상)하지 말고 농업, 투자, 지적 재산권, 서비스 이런 분야의 각종 독소 조항들을 새로 논의할만하다”고 말했다. 최승환 경희대 교수(국제법)는 “협상이라는 게 ‘주고 받기’인데, 미국 쪽 주장을 받아 자동차 부문에서 양보한다면 한국도 추가로 뭘 요구해 얻어내야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쇠고기 문제(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강화 등)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정치 역학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최 교수는 중국의 부상,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등으로 협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김영배 황보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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