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4개 진보매체’ 공동주최로 6일 열린‘진보개혁 연대의 길’ 네번째 토론회에서, 마지막 출연자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토론시간 내내 ‘미스터 스마일’다운 부드러운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이 먼저 군소정당과의 선거연합에서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협상은 가능하지 않다” “단일화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 대표에게 쏟아진 질문의 화살은 다른 정당과의 선거연합 문제, 민주당의 혼란스러운 정체성 등이었다.

이유주현 <한겨레> 기자는 10·28 재보선 안산 상록을 후보 단일화 실패와 관련해 “민주당이 과연 진정성이 있었냐”고 물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도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우세하다는 패권의식이 있어서 단일화가 안 된 거 아니냐”며 “이 때문에 앞으로 단일화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민주당은 소탐대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선 전국에 200여개 단체장이 있으므로 이해관계 조정이 더 쉬울 수 있다”며 “다른 야3당 대표들에게 미리 단일화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서울·경기·인천 등 3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최소한 1곳 이상 양보하겠다는 자세가 있느냐는 질문엔 “가능성을 완전히 닫고 협상할 수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먼저 선심쓰듯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1년여 전부터 민주당이 준비하고 있는 뉴민주당 플랜과 지난 1일 ‘민주정부 10년에 매이지 않겠다’는 ‘정세균 독트린’의 ‘정체’가 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김헌태 인하대 겸임교수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중도화되고 있는 정체성 혼란”이라고 짚고,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도 “정세균 독트린은 보수 정책도 받아들이겠다는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정 대표는“우리 당의 정체성은 중도진보다. 다만 이념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민생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좌든, 우든 상관없이 유연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틀을 깨는 것보다는 단계적으로 고쳐쓰자는 입장을 취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이 “현재의 민주당 갖고는 안되는 것 아니냐. 정 대표가 직접 리더십을 보여 민주당을 깨는 게 첫출발 아니냐”고 묻자, 정 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 부족함이 있다면, 스스로 강해지거나 다른 세력과 힘을 합치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대안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악법도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다소 억울해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서 한손엔 쟁기를, 다른 한손엔 책을 들고 싶었다. 그러나 책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서민경제·남북관계 파탄이 심했다. 대포를 쏘면 짱돌이라도 들어야할 것 아닌가. 한손에 쟁기, 한손에 짱돌 들다보니 책을 들 새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