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 백지화 파문]
박병석 민주 의원 “한나라 교육과학도시안 그대로”
당시 ‘균형발전 난망’ 우려 여야 합의안으로 대체
박병석 민주 의원 “한나라 교육과학도시안 그대로”
당시 ‘균형발전 난망’ 우려 여야 합의안으로 대체
‘녹색·지식(과학)·산업(의료).’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높이겠다며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세 가지 콘셉트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한나라당의 주장으로 논의됐다 4년 전 폐기된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의 ‘재탕’에 불과하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 계획을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정부는 국무총리실 밑에 ‘후속대책위’를 구성했다. 이 기구는 곧 신행정수도 재추진, 행정특별도시, 교육과학연구도시 등 11개 대안을 국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특위’에 제안했다. 국회 특위는 이 가운데 3개를 유력 대안으로 추려냈다.
청와대를 제외한 18개 중앙부처를 전부 이전하는 ‘행정특별시안’,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를 제외한 15개 부처 등을 이전하는 ‘행정중심도시안’과 함께 나온 것이 바로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이다. 교육 및 과학기술 관련 부처 등 7개 부처를 이전해 말 그대로 교육과학연구기능 중심의 도시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오송·대덕 등 인근 지역과의 연계 방안을 내놓으며 이 안을 적극 추진했다는 게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관계자의 얘기다.
국회 특위는 세 가지 유력 대안을 놓고 일곱 차례의 회의와 여러 차례의 토론회를 열어 각각의 장단점을 검증했다.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의 경우 “자족성을 확보하려면 대규모의 대학·기업 등 다른 기능의 유치가 필요하지만 대학·기업 등의 유치 규모나 시기, 실현성 여부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 선도 효과가 미흡해 사실상 대학도시, 기업도시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됐다.
2005년 2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작성한 ‘특별법안 심의대비 보고’ 문건에도 이런 우려가 드러난다. 대학·연구시설·기업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유치하는 경우 도시의 특성과 상징성을 상실해 국가 균형발전의 구심 노릇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정운찬 총리 등 정부가 구상하는 세종시 대안 역시 이런 문제점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시 국회 특위 위원장을 했던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6일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은 2005년 한나라당의 주장으로 논의됐다가 절충·폐기된 것”이라며 “정부가 이전될 행정기관 수는 줄이고, 대신 기업 등을 추가하는 방안으로 4년 전보다 오히려 후퇴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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