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다 감투가 크면 안 된다”
한나라 조원진 의원조차 ‘세종시 답변부실’ 비판
한나라 조원진 의원조차 ‘세종시 답변부실’ 비판
국무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5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 참석한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난타전’을 견뎌내느라 진땀을 뺐다. 아무리 심한 질문에도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답하던 한승수 전 총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정 총리는 국회의원들의 송곳 질문에 주눅이 든 듯 즉답을 피하고 쭈뼛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이 세종시를 놓고 “행정도시 기능은 백지화되는 거냐”고 다그치자, 정 총리는 “민간위원회에서 모든 안을 놓고 검토한다”며 우물거렸다.
한때 “(나를 두고) 허수아비 총리라 부르는데 나에 대한 평가는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 내려달라”며 공세적 자세를 취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언론관련법의 후속 조처와 관련해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헌재가 절차적으로 위법성을 국회 스스로 해소하라고 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그렇게 이해했지만, 총리로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개정 방송법이 11월1일 시행된 만큼 정부로서는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던 오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 언론관련법도 (헌재가) 유효하다니까 집행하는 총리가, 여야가 합의한 세종시법은 왜 안 지키냐”는 송 의원의 호통엔 아예 답변조차 하지 못했다.
정 총리는 여당 의원들에게서조차 ‘능력이 모자란다’는 비판을 받는 등 수모를 당했다. 정 총리가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의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그럼 실국장을 시켜 대답하라고 할까요”라고 답하자, 사회를 보던 이윤성 부의장은 “대답이 부실하다”고 경고했다.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정 총리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능력보다 감투가 크면 안 된다. 경솔한 언행 하나가 큰 낭패를 본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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