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군수 문병 간 정세균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충남 연기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유한식 연기군수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유 군수는 세종시 원안 추진을 촉구하며 지난달 22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이다 31일 오후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입원했다. 연기/연합뉴스
정운찬총리 면담 제안에
“국민에게 한 약속 엄중 나를 설득할 일 아니다”
‘균형발전’ 화두 던지며 차기 대선 차별화 노린듯
“국민에게 한 약속 엄중 나를 설득할 일 아니다”
‘균형발전’ 화두 던지며 차기 대선 차별화 노린듯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실상 세종시 원안 추진에 정치적 배수진을 쳤다. 정운찬 국무총리의 면담 제안은 “나를 설득할 일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31일 부산 해운정사를 찾은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세종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지 개인 약속이 아니다”며 “(이를) 저의 개인적인 정치 신념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틀 전 “세종시 문제는 정치적 신뢰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라고 한 정 총리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 전 대표를 만나 내 생각을 말하면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정 총리의 말에 관해서도 “(총리가)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총리실에서 그제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전갈이 왔는데 그 후엔 연락이 없었다.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나에게 할 일이 아니다”고 정리했다. 자신이 말한 ‘세종시 원안+α’에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측근들 사이에선 박 전 대표가 자의건 타의건 세종시 문제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1일 “세종시 사안은 박 전 대표가 양보할 이유도 없고, 양보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올해는 물론 지방선거까지 ‘박근혜는 명분과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점을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 실천’이란 명분을 쥐고 있는데다 효율성을 앞세워 절차를 무시하는 듯한 잠재적 대권 맞수인 정운찬 총리나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차별화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100년 대계에 있어 수도권에 치중하는 이명박 대통령 쪽과도 ‘지방 균형발전’이란 대척점의 화두를 내세움으로써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지지층을 다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세종시 해법을 두고 여권의 유력주자들이 일찌감치 ‘일합’을 겨루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내 친이계 쪽은 마뜩잖은 분위기다. 당직을 맡은 한 친이계 의원은 “정부가 내놓을 대안을 충청도민 등 국민들이 받아들인다면, 박 전 대표의 주장은 국민 다수에게 폐기되는 셈이 된다”며 “논의를 하지 않고 퇴로를 틀어막고 격앙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는 태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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