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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노동법·사학법, 여야 합의로 문제 푼 전례

등록 2009-10-30 19:06

헌법재판소로 간 날치기 법안 재개정 사례
노동관계법, 헌재결정 4달전 재개정 합의통과
사학법도 합의로 재개정…9개월뒤 헌재결정
* 노동법 : 1996년, 사학법 : 2005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절차적 침해가 심하다.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30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언론관련법 국회 재개정 논의와 1996년 신한국당의 노동관계법 재개정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야가 입법 과정의 절차상 시비를 헌법재판소 판단에 맡기고 국회에서 재개정한 전례는 두 차례 있다. 1996년 신한국당의 노동관계법 단독처리와 2005년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 단독처리다. 두 법안 모두 국회 본회의 처리 과정의 절차상 하자 여부를 둘러싼 논란 끝에 헌재의 판단으로 넘겨졌지만, 여야는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이전에 합의를 통해 법안을 재개정하면서 문제를 풀었다.

노동관계법은 96년 12월26일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이 야당에 소집 통보도 없이 국회 본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법안을 처리한 게 문제가 됐다. 법안 통과 다음날부터 기아차를 시작으로 노동자 총파업이 벌어졌다. 국민회의 등 당시 야당 의원 124명도 “국회의원의 표결권이 침해당했고 법안 통과도 무효”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여야는 협상에 착수했고, 이듬해인 97년 1월 여야 영수회담 뒤 노동관계법을 재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그해 3월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정리해고를 2년간 유예하는 신노동관계법을 통과시켰다.

넉 달 뒤 헌재는 6 대 3의 의견으로 “국회의장이 개의 일시를 통보하지 않은 등 위법한 점이 많아 표결권을 침해했음이 분명하지만 가결 선포 행위는 유효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언론관계법 결정 논리와 비슷했다. 하지만 여야가 이미 새로운 노동관계법을 합의처리한 뒤여서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로 간 날치기 법안 재개정 사례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12월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사학법 개정안도 헌재의 결정이 아닌 여야의 합의를 통해 문제가 해소됐다. 사학법 개정안 파동은 여러모로 지금의 언론관련법 사태와 비슷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소속인 김원기 국회의장이 질의와 토론을 생략한 채 표결에 들어갔다는 절차상의 문제와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박근혜 당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예산안 심의도 거부한 채 53일 동안 거리 투쟁에 나선 것도 지금과 똑같다. 하지만 2006년 1월31일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서울 북한산에 함께 올라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렸다. 이 합의로 열린우리당은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였지만 약속대로 2007년 7월 사학법을 재개정했다. “국회의장의 의사진행이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할 정도는 아니었고, 국회 회의록상 대리투표 의혹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헌재 결정이 나온 것은 이보다 한참 뒤인 2008년 4월이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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