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재보선 이후] 경남 양산 송인배 선전배경
노무현 추모 낙하산 역풍
노무현 추모 낙하산 역풍
“한마디로 한나라당이 밉다는 거 아이가.” 경남 양산 선거에서 거물급 정치인인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고작 4%포인트(3299표) 차이로 ‘신승’을 거둔 까닭을 묻자 물금읍 주민 이장우(48)씨는 이렇게 답했다. 양산 시민들은 16대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에게 3만표를 줬고, 그가 숨졌을 땐 2만여명이나 분향소에 다녀갔다. 이번 선거에서 송인배 민주당 후보는 ‘양산의 큰 아들, 노무현의 막내’를 전면에 내세웠다. 택시기사 옥경주(52)씨는 “노 대통령이 지근 거리에 있는 봉하마을에 살았고, 또 부산대 양산병원에서 숨지지 않았냐. 그래서 이 동네에는 노무현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많았다”며 “노 대통령이 아랫사람들 지켜주자고 몸 던졌으니 좀 찍어주자는 분위기가 젊은 사람들 사이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이 모여 사는 신도시 지역인 물금읍과 중앙동에서 송 후보가 각각 225표와 965표를 앞선 것도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박희태 당선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동네가 어떤 동네인데. 노 전 대통령이 불쌍해도 그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 동네는 한나라당이다.” 덕계동에서 세탁소를 하는 배경희(43)씨의 설명이다. 퇴근 뒤 투표를 한 중앙동 주민 김대현씨(47)는 “일흔 넘은 고령자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건 양산 시민들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며 “낙하산은 절대 안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노풍’과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발이 뒤섞인 이 변화의 조짐에서 민주당은 희망을 본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비록 송 후보가 당선되진 못했으나 선전했고, 이번 선거를 계기로 우리 민주개혁진영이 단결하면 어려운 영남지역에서 민주주의 깃발을 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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