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을 사흘 앞둔 25일 경기 안산 상록을에 출마한 송진섭 한나라당 후보(왼쪽)와 김영환 민주당 후보(가운데), 임종인 무소속 후보가 각각 안산식물원과 호수공원 새터민 축제현장, 수암산 등산로 입구에서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안산/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0·28 격전현장] 안산 상록을
김영환·임종인 후보 서로 “서민의 벗”…결렬 책임 비난전
한나라 송진섭 후보 반색…“승산 있다” 지역공약 쏟아내
김영환·임종인 후보 서로 “서민의 벗”…결렬 책임 비난전
한나라 송진섭 후보 반색…“승산 있다” 지역공약 쏟아내
“똑같은 실수 또 하는 거지. 이번에도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건 아닌지 몰라.” 10·28 재보궐 선거를 사흘 앞둔 25일, 경기 안산 상록을은 김영환 민주당 후보와 야 3당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임종인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깨진 데 대한 실망으로 술렁였다. 거리에선 “야당 후보들이 힘만 합친다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인데 일을 그르쳤다”는 질타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안산 상록을은 충청과 호남 출신 인구가 전체의 55%에 육박하는 전통적 ‘야당 강세’ 지역이다. 성포동과 월피동, 부곡동 등지에 나붙은 선거 포스터 구호들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내걸고 야권이 단일화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처음부터 무망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김영환 민주당 후보가 “서민의 벗이 되겠다”는 구호를 내걸자, 임종인 무소속 후보는 “진정한 서민의 벗”이라고 내세웠다. 야권 후보들이 ‘서민 후보 적격성’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신안산선 유치 결정’, ‘수인선 내년 봄 착공’, ‘반월·시화공단 대기업 유치’ 등을 내건 송진섭 한나라당 후보가 이들의 ‘싸움’을 한 발치 물러서 구경하는 모양새였다. 단일화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에 나부끼는 구호와 글귀들은 흡사 사랑이 끝난 연인들이 서로를 헐뜯어대는 풍경을 연상시켰다. ‘민주당 김영환만이 한나라당을 확실히 이깁니다’, ‘이명박 정권에 맞설 자격 있는 후보’(임종인 무소속 후보)라고 적힌 거리 펼침막들도 서로를 겨냥하는 듯했다. 기대가 어그러진 야권 지지자들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수암봉 등산로 들머리에서 만난 시민 김주성(61)씨는 “단 몇 표로도 승부가 갈리는 게 선거인데 표를 양쪽에서 나눠 먹으면 도대체 선거에서 어떻게 이기겠다는 말이냐”며 끌끌 혀를 찼다. 노적봉폭포 휴게소에서 만난 안아무개(45)씨는 “작은 일 하나도 합의 못 하는 사람들에게 뭘 맡기겠느냐”며 “투표하러 가기도 싫은 마음”이라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야권의 분열이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은방을 하는 구아무개(60)씨는 “야당 강세 지역인 이곳에서 18대 총선 때 홍장표씨가 당선됐던 것도 다 야당이 분열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도 어부지리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아닌가 다들 걱정”이라고 전했다.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된 다음날인 이날 야권 후보들은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며 각자 제 갈 길을 갔다. “야권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공식 포스터에까지 명기했던 임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면서 야 3당과만 각을 세우고 있다”고 비판한 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수 있는 ‘자격 있는’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역대 총선 결과
반면 송진섭 한나라당 후보 쪽은 야권 후보 단일화 무산에 고무된 분위기다. 송 후보 쪽 관계자는 “야당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우리가 힘을 받고 있다”며 “조금만 열심히 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열심히 뛰고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송 후보는 이날 노적봉폭포 휴게소 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무리하게 적용해 반월공단에서 중소기업 등이 빠져나가 지역경제가 어려워졌다”며 “집권당의 도움을 받아 안산을 발전시키자”고 ‘지역 일꾼론’을 강조했다. 여권 후보들도 분열 양상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친박 성향의 무소속 김석균 후보 쪽은 이날 노적봉폭포 휴게소 유세에서 “비리에 연루돼 2번이나 시장을 하면서 허송세월하고 있다”며 송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안산/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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