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결렬 문제점·전망
경기 안산 상록을 야권 후보단일화가 무산된 과정을 되짚어보면 현 시점에서 야4당 연대가 얼마나 취약한지 잘 드러난다.
김영환 민주당 후보쪽은 지난 21일 새벽 단일화 협상 잠정타결 뒤, 무소속 임종인 후보가 이 사실을 방송 인터뷰에서 먼저 거론하자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낮 최고위원회를 열어 합의 무효를 선언했다. 미리 발설한 잘못이 있더라도 합의를 무효화할 일은 아닌 상황에서, 김 후보쪽의 반발에 지도부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22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임 후보 캠프에 ‘개별협상 중단’을 지시하고, 민주당 지도부에 ‘안산을 임종인 후보로 단일화해주면 다른 지역에서 민주당을 밀어주겠다’는 정치협상을 제안한다. 나름대로 앞서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김영환 후보를 사퇴시키라는, 무리한 주장을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임 후보쪽은 “조기 발설은 유감 표명으로 처리하자”며 ‘21일 합의’로 복귀할 것을 제안했다. ‘21일 합의’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되 단순 지지도와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를 따로 조사해 50:50 비율로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정당지지도에서 유리한 민주당 입장과, 후보의 정체성과 이력에서 가산점을 기대하며 ‘적합도’를 강조했던 진보정당 주장을 절충한 결과였다. 그러나 24일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제 시간도 없고…. 단순 지지도를 가지고 정하는 수밖에 없겠다”며 사실상 단일화 무산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야권연대의 맏형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높다. 임 후보와 진보정당쪽도 미숙했지만 민주당의 대승적 자세가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야권연대의 중장기적 전망도 일단 어두워졌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연대 성공을 위해 정책 연대를 추진하면서 선거연대를 위한 논의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다른 야당들과)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야권연대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낼 좋은 기회를 민주당 스스로 걷어차버렸다”며 비판했다.
박창식 선임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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