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청문회서 부인했지만 거짓말 드러나
정 총리쪽 “고문료 아닌 원고·강연료 일뿐”
정 총리쪽 “고문료 아닌 원고·강연료 일뿐”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때 인터넷 도서판매업체 ‘예스24’의 고문을 겸직한 게 문제가 된 이후 시종일관 “(다른 업체에서)자문이나 고문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 기간 사흘 내내 ‘고문’ 겸직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했다. 그때마다 정 총리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청문회 첫날인 지난달 21일 강운태 민주당 의원이 2006년 6월5일 대만의 국립 쳉쿵대학이 정 총리에게 미화 2000달러를 자문료로 지급했다는 자료를 들이대며 “외국의 학교나 단체, 기업에서 자문을 해주고, 자문료를 받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이에 대해 “자문료를 받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또 김종률 전 의원이 하나금융그룹 산하 자립형사립고인 하나학원의 이사로 재직했던 사실을 청문 자료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을 때도 “별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 중에서 고르다 보니까…”라고 어물쩍 넘어가다가 “겸직허가를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3일 삼성화재의 ‘비공식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정 총리에게 “예스24말고 자문이나 고문 역할을 하고 있는 데는 한 군데도 없느냐”고 캐물었다. 최 의원은 “형식적으로라도 그런 제의를 받거나 한 적은 없느냐”고 거듭 질문했지만, 정 총리는 “대기업과 거리를 두려고 해왔다”며 “그런 관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비상근 고문으로 활동하며 1억원의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뒤 정 총리 쪽은 “하나금융연구소에서 1억원 쯤의 돈을 받은 것은 고문을 맡은 데 대한 고문료 성격이 아니라 원고료와 강연료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연례보고서에는 정 총리의 직함이 ‘고문’으로 명시돼 있다. 연구소에 정 총리의 방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도 고문을 맡지 않았다는 정 총리쪽 해명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최재성 의원은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복무규정 해설서’ 내용을 들며, “정 후보의 주장을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정 총리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행안부가 펴낸 공무원 복무규정 해설서는 ‘공무원이 지속적으로 강의료 등의 대가를 받고 외부기관에 강의를 하는 것을 영리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리행위라 할지라도 △직무능률을 저해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 △정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득을 취할 우려가 없다면 외부강의를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소속기관장의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의원은 “서울대에 확인해 본 결과, 정 총리는 하나금융연구소에 대한 강의에 대해 겸직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가공무원법 상 영리행위 금지 및 겸직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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