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정운찬 후보 모호한 답변
민주당 “사실 밝히라”
민주당 “사실 밝히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삼성의 ‘비공식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23일 새벽까지 이어진 인사청문회에서 “삼성으로부터 비공식 자문위원을 제안받았느냐”는 최재성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정 후보자가 딱 부러진 답변을 회피한 뒤 민주당의 잇따른 의혹제기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청문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정 후보자와 삼성의 ‘관계’를 캐물었다. 그는 “2005년 3월14일 삼성화재 부설 방재연구소와 연구제휴 협약을 맺은 적 있느냐”는 첫번째 질문에 정 후보자는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삼성 사장단에게 특강을 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막바지에 다시 삼성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삼성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잇따라 부인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2005년 삼성 사장단에 강연을 한 것이 (아무 일도 않고) 자문위원 대가를 받기 어려우니 강연이라도 한 것이라는 제보가 있다. 그런 제안도 안 받았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아주 오래 전에 제안을 받은 것 같은데 어렴풋하다. 의원님이 말씀하시니 혼란스럽습니다만, 대기업 그룹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민주당은 23일 이 문제를 당 차원에서 다시 제기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정 후보자가 감추고 묵인하려는 것이 삼성의 스폰서를 받은 것이 밝혀질까봐 부담스러웠기 때문은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그는 “정 후보자는 왜 처음에 삼성으로부터 자문위원직을 제안받은 사실을 숨겼는지 밝혀야 한다”며 “비공식 고문이 무엇인지, 삼성으로부터 무슨 혜택을 받았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삼성 쪽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 후보자의 강연 여부, 주제 등에 대해 공개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확인을 거부했다. 정 후보자쪽 관계자는 “청문회장에서 밝힌 것이 전부”라며 입을 닫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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