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 후보자의 병역면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10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면, 정 후보자는 서울대 1학년이던 1966년 신체검사를 받아 이듬해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68년 ‘부선망 독자’(아버지를 일찍 여읜 외아들)란 이유로 징병검사를 늦췄다. 당시 병역법은 입대 전에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연기 기간이 끝난 1970년 두번째 신체검사(1을종)를 받은 뒤 이듬해 보충역 처분을 받았다. 이후 정 후보자는 72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컬럼비아대 조교수로 재직하던 77년 고령(31살)을 이유로 최종 소집 면제를 받았다.

이미 보충역 판정을 받았던 그가 부선망 독자임을 내세워 징병검사를 늦춰 재검을 받은 점과 부선망 독자에게 주어지는 단기(6개월) 보충역 근무를 마치지 않은 채 유학에 오른 것을 두고, 정 후보자가 병역 이행을 기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두번째 보충역 판정을 받은 71년부터 면제를 받은 77년까지 6년 동안 한번도 소집되지 않은 데 의혹이 쏠리고 있다. 병무청은 이에 대해 “당시 거주지별로 순위를 정해 소집했기 때문에 후보자는 소집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소집순서 명부 등 관련 자료는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돼 구체적 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2006년 출판된 책 <아버지의 추억>과 이듬해 나온 자서전 <가슴으로 생각하라>에서 병역면제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두 곳의 설명이 조금 다르다. <아버지의 추억>에서는 “60년대 후반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나에게 부선망 독자 군 소집 연기를 규정한 당시 병역법이 적용돼 군복무 소집 연기를 받았다. 70년대 후반 법에 따라 징집 면제까지 받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가슴으로 생각하라>에서는 “68년 북한군의 청와대 습격으로 징집영장이 나왔지만 부선망 독자 규정에 따라 의가사 징집연기를 신청할 수 있었다”고 썼다. 전작에서와는 달리 논산훈련소 입소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또 병역 면제 과정을 설명한 항목의 초판 목차는 ‘논산 훈련소’였으나 이후 ‘징집 연기’로 수정됐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에서 “66년 첫 신체검사 당시에는 부선망 독자 규정을 몰랐는데, 이후 병역법에서 부선망 독자는 징집연기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돼 관련기관에 부선망 독자 신청을 했고 70년에 신검을 받으라는 통보가 와 다시 신검을 받게 된 것”이라며 “규정에 따른 것이지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신검을 계속해서 받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유학을 간 데 대해선 “부선망 독자는 평시에는 소집되지 않고 비상시에만 소집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이 제한인 31살을 넘길 때까지 병무청으로부터 입영통지가 없었다”며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정애 권혁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