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정책실장
경제분야 더해 노동·환경· 복지 아울러야
‘8·31 청와대 참모진 개편’ 뒤 경제계와 시장에선 윤진식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한테 관심을 쏟고 있다. 올해 초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그가 이번에 새로 겸임으로 맡게 된 정책실장 직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 정책까지 아우르는 중책이다. 경제수석과 함께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 등 4개 수석실이 모두 그의 관할이다. 경제·금융통으로 꼽히는 그로선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추가로 떠안게 된 노동, 환경, 사회복지 같은 이슈는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현 정부 들어 ‘사각지대’로 꼽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윤 실장은 김영삼 정부 말기에 청와대 조세·금융비서관 신분으로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재무 관료 출신인 그 또한 외환위기의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검찰 수사를 받고 난 뒤 지인 둘과 합석한 자리에서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당시 동석자는 기억했다. 그의 ‘여린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다.
품성의 바탕이 부드럽다는 전언은 다른 소식통을 통해서도 많이 들을 수 있다.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은 강하게 묻되 자율성을 주는 편이고 크게 닦달하지는 않는 스타일”(청와대 출입기자)이라거나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어보면서도 요란하지 않게 일한다”(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따위의 전언들이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부드러운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같이 근무했던 전직 관료 출신 인사는 “일에 열심이고 집착이 강했다. 그래서 별명이 ‘진돗개’ 아니냐”고 그의 추진력을 평가했다. 그러나 추진력에 걸맞은 나름의 정책 색깔은 지금까지 드러난 게 별로 없다. 최고권력자가 던져준 방향에 따라 집행을 하는 ‘관료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그를 떠올릴 때 뚜렷하게 부각되는 정책 이미지는 없는 편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정부에서 장차관급 고위직을 거푸 역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국민의 정부 때 관세청장을, 노무현 정부에선 산업자원부 장관을 각각 지낸 바 있다.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통합적 해법을 이끌어내고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는 일은 쉽지 않은 숙제다. 정책실장으로서 ‘업무의 복잡성’ 못지않게 고민거리로 떠오를 수 있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업무 영역을 둘러싸고 강만수 경제특보와 긴장 관계에 빠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에서 특보로 부활한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현 정권에서 실세로 꼽힌다. 단순 자문 구실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이런 사정에서 나온다. 더욱이 강 특보는 행정고시 8회로 윤 실장(12회)의 한참 선배 격이다. 강 특보가 주도한 정책을 윤 실장이 보완한 사례가 많았다. 경제특보의 오지랖에 따라선 정책실장과 불편한 관계에 빠져들고 파열음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김영배 황준범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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