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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39년간 55차례 연금 ‘동교동과 이별’

등록 2009-08-23 19:50수정 2009-08-23 23:16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자 종대씨가 23일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들고 동교동 자택 서재를 돌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자 종대씨가 23일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들고 동교동 자택 서재를 돌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사저 떠난 김 전대통령
5평 서재엔 실행되지 못한 일정표 빼곡
이웃들 “사랑합니다” “여사님 힘내세요”
“김대중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23일 오후 3시47분. 운구차가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의 김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골목길 앞에 멈춰 섰다. 주민 등 1000여명의 시민들이 길 건너편과 자택 맞은편 빌딩 등에 올라가 고인을 맞았다. 둘째 홍업씨의 장남인 손자 종대(23)씨가 영정을 들고 집으로 들어서자 시민들은 “여사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자택 들머리에서 기다리던 서교동 성당 성가대가 ‘고통도 없으리라’ 등 15곡의 성가를 불렀다.

동교동 자택은 김 전 대통령이 55차례나 가택연금을 당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은 1963년 입주한 뒤, 지난 7월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대통령 재직 기간과 영국 유학 기간 등을 빼고 37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은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걸린 대문을 지나 그가 즐겨 앉던 1층 거실의 주홍빛 소파에서 2~3초간 쉬었다. 생전에 정원의 참새들이 노니는 모습을 즐겨 봤다는 곳이다.

영정은 이어 2층의 침실과 서재로 올라갔다. 그동안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는 공간이다. 3~4평 크기의 침실은 침대와 옷장, 각종 선반 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침대 앞 선반에는 북한에서 보내 준 것으로 보이는 엽서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5평 남짓한 서재는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책상에는 병원에 입원하느라 고인이 미처 실행하지 못한 7월11~25일치 일정표와, 입원 전 읽은 것으로 보이는 <조선왕조실록> <제국의 미래> <오바마 2.0> 등의 책이 놓여 있었다. 책상 뒤 벽면에는 그가 ‘양심적 신앙인’으로 가까이했던 고 김재준 목사가 보내준 ‘생명 평화 정의’라는 글씨가 적힌 액자가 걸렸다.

서재의 책꽂이 뒤편은 작은 침대 등이 놓인 투석 치료 공간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한 번에 5시간씩 매주 3회 치료를 받던 곳이다. 벽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인 ‘윤집궐중’(允執厥中)이라고 적힌 족자가 걸려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중용>에 나오는 글귀로 ‘진실로 그 가운데, 중도를 꽉 잡아라’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0여분 동안 집안을 둘러본 뒤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은 자택 바로 옆의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으로 향했다. 부인 이희호씨가 김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던 시절 떠준 털장갑 등 고인의 손때가 묻은 자료 1만6000점이 전시된 1층 전시실, 마지막까지 자서전을 집필하며 시간을 보냈던 5층 집무실을 둘러본 뒤 김 전 대통령은 동교동을 영원히 떠났다.

명창 안숙선씨가 이희호씨의 ‘마지막 편지’를 창으로 불렀다.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구슬픈 판소리 가락을 뒤로하고 김 전 대통령은 시민들이 기다리는 서울광장 분향소로 향했다.

박수진 김지은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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