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남쪽을 방문한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의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이대통령-북 조문단 면담
북-미간 해빙 조짐에
남북 ‘관계개선’ 절감
북핵문제도 중요 변수 이명박 대통령과 북쪽 ‘특사 조의방문단’의 23일 면담까지는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과정이야 어찌됐든, 꽉 막혔던 남북당국 간 대화 채널을 열었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다. 일단, 이 대통령과 북쪽 조문단의 면담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은 조성됐다. 북쪽의 조문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을 통해 ‘정상간 간접 대화’라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역도’(북쪽)-‘대통령한테 욕하지 마라’(남쪽)라며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치닫던 남북관계에 비춰 보면, 낯설기까지 한 풍경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오랜 실무 접촉을 통한 ‘특사급 회담’이라는 그간의 관례적인 중간 과정이 생략될 수 있었다. 이 대통령과 북쪽 조문단 면담 성사 배경에는 남북 모두, 관계가 악화되는 데 부담을 갖고 있었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북-미간 해빙 조짐에도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을 경우 정치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남북관계 측면에서 ‘잃어버린 5년’이라고 비판받아 온 김영삼 정부의 재판이라는 국내의 비난 여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쪽도 북-미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남쪽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북-미 관계의 진척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오바마 정부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동맹국 한국의 이익에 반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의 재설정을 북쪽에 주문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면담 분위기와 관련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진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북쪽 조문단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일단, 북쪽 조문단이 남쪽에 내려와 이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력하게 피력한 점에 비춰 보면, 조문단은 이 대통령에게 ‘남북관계를 잘 풀어보자’는 취지의 김정일 위원장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기본 입장이었던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북핵 포기 결심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핵문제를 풀어야 하고, 남북간에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북-미간 현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북쪽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그 말씀을 전달하겠다’는 식으로 응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면담에선 억류된 800연안호 선원들의 귀환 문제나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 등 구체적인 현안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안호 문제는 북한이 당연히 풀어줘야 하는 문제로, 대통령이 거론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무적인 수준에서 남쪽이 연안호 문제를 제기했으며, 북쪽이 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이르면 이번주 연안호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당국대화 채널 복원을 넘어 본격적인 순항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첫째로, 이번 면담 성사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대통령의 의지 이외에도 남쪽 정부 내부에서조차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대북 기류가 일정 정도 정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남쪽 내부 문제로 남북관계가 좌초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이제 남쪽 정부도 국면에 맞는 방향으로 대북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둘째로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야 한다. 한 외교전문가는 “이명박 정부가 북쪽의 비핵화 과정을 남북관계와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가 속도를 낼 수도 있고 출렁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용인 황준범 기자 yyi@hani.co.kr
남북 ‘관계개선’ 절감
북핵문제도 중요 변수 이명박 대통령과 북쪽 ‘특사 조의방문단’의 23일 면담까지는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과정이야 어찌됐든, 꽉 막혔던 남북당국 간 대화 채널을 열었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다. 일단, 이 대통령과 북쪽 조문단의 면담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은 조성됐다. 북쪽의 조문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을 통해 ‘정상간 간접 대화’라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역도’(북쪽)-‘대통령한테 욕하지 마라’(남쪽)라며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치닫던 남북관계에 비춰 보면, 낯설기까지 한 풍경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오랜 실무 접촉을 통한 ‘특사급 회담’이라는 그간의 관례적인 중간 과정이 생략될 수 있었다. 이 대통령과 북쪽 조문단 면담 성사 배경에는 남북 모두, 관계가 악화되는 데 부담을 갖고 있었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북-미간 해빙 조짐에도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을 경우 정치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남북관계 측면에서 ‘잃어버린 5년’이라고 비판받아 온 김영삼 정부의 재판이라는 국내의 비난 여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쪽도 북-미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남쪽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북-미 관계의 진척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오바마 정부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동맹국 한국의 이익에 반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의 재설정을 북쪽에 주문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면담 분위기와 관련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진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북쪽 조문단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일단, 북쪽 조문단이 남쪽에 내려와 이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력하게 피력한 점에 비춰 보면, 조문단은 이 대통령에게 ‘남북관계를 잘 풀어보자’는 취지의 김정일 위원장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기본 입장이었던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북핵 포기 결심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핵문제를 풀어야 하고, 남북간에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북-미간 현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북쪽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그 말씀을 전달하겠다’는 식으로 응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면담에선 억류된 800연안호 선원들의 귀환 문제나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 등 구체적인 현안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안호 문제는 북한이 당연히 풀어줘야 하는 문제로, 대통령이 거론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무적인 수준에서 남쪽이 연안호 문제를 제기했으며, 북쪽이 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이르면 이번주 연안호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당국대화 채널 복원을 넘어 본격적인 순항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첫째로, 이번 면담 성사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대통령의 의지 이외에도 남쪽 정부 내부에서조차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대북 기류가 일정 정도 정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남쪽 내부 문제로 남북관계가 좌초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이제 남쪽 정부도 국면에 맞는 방향으로 대북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둘째로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야 한다. 한 외교전문가는 “이명박 정부가 북쪽의 비핵화 과정을 남북관계와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가 속도를 낼 수도 있고 출렁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용인 황준범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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