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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노래 대신 연설 즐기던 ‘웅변가’

등록 2009-08-19 19:07수정 2009-08-20 00:50

지난 2007년 2월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만난 목포상고 22회 동창생들. 앞줄 왼쪽부터 정진태 이사장, 나종일 전 서울대 교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진태 이사장 제공
지난 2007년 2월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만난 목포상고 22회 동창생들. 앞줄 왼쪽부터 정진태 이사장, 나종일 전 서울대 교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진태 이사장 제공
[목포상고 동창들이 본 DJ]
재학시절 ‘세상 바꾸는 일 하고싶다’ 꿈
정치적 위기 겪을때마다 동창도 고초
전남 목포상고(현 목포 전남제일고) 22회 동창생들은 친구 김대중 전 대통령을 ‘웅변가’, ‘독서광’, ‘멋쟁이’로 기억했다. 정진태(83) 목포 신안보육원 이사장은 목포 북교보통학교(당시 심상소학교)와 목포상고 시절 김 전대통령과 늘 함께 붙어 다녔던 친구였다. 보통학교 4학년 때, 신안 하의초등학교에서 전학 온 소년 김대중을 처음 만났다.

목포상고 시절 김 전 대통령의 집 방 안은 문학과 사상 서적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고 정 이사장은 회고했다. 정 이사장은 “졸업 무렵 김 전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다며 김구 선생과 김좌진 장군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고려대로 진학하고, 김 전 대통령은 고향에서 사업을 하면서 서로 만날 기회가 줄었지만, 김 전 대통령이 한때 그가 경영하던 보육원 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정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큰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는 “한번 끌려갔다 올 때마다 몸무게가 10㎏이나 빠질 만큼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을 비롯한 동창생들은 2007년 2월27일 김대중 도서관에서 마지막으로 김 전 대통령을 만났다. 친구들은 귀가 어두워져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옛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김 전 대통령과 목포상고 1~2등을 다퉜던 나종일(83) 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을 ‘후광’으로 불렀다고 한다. 나 전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동창보다 한두 살 위여서 “동창들끼리 웃통 벗고 딱 앉아서 허물없이 할 사이는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나 전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목포상고 시절 수석으로 들어와 4학년 때까지 2·3등을 했을 정도로 뛰어났다”고 말했다. 나 전 교수는 “3~4학년 때, 근로봉사를 가서 여흥으로 노래를 돌아가며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후광은 ‘난 노래를 못하니까 연설을 할란다’고 웅변을 했다”고 말했다. 나 전 교수는 “지난해 봄 만났을 때 ‘할아버지가 세계사 책을 썼다고 해도 손주가 믿질 않더라’고 했더니 파안대소하며 ‘야, 그래’ 하며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22회 동창생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14명으로 줄었다. 고봉식(83) 전 제주도 교육감은 “2005년 부인상을 당했을 때 조전을 보내 위로해주는 등 동창생들의 경조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며 “김 전 대통령은 동창회에 1년에 한두번 정도 나왔는데, 매달 회비와 찬조금은 꼬박꼬박 냈다”고 말했다.

광주 목포/정대하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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