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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북, 대북사업 위기처한 현대그룹에 힘 실어주기

등록 2009-08-16 22:49수정 2009-08-17 01:27

지난 2007년 10월 단풍이 붉게 물들어 ‘풍악산’의 참모습을 드러낸 금강산에서 관광객들이 삼선암을 뒤로하고 만물상을 향해 산을 오르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7월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13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금강산/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지난 2007년 10월 단풍이 붉게 물들어 ‘풍악산’의 참모습을 드러낸 금강산에서 관광객들이 삼선암을 뒤로하고 만물상을 향해 산을 오르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7월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13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금강산/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북 매체들 “현대그룹 선임자 추억”…남 정부에 우회적 항의 메시지
‘남쪽 민간사업자와의 만남’ 제한…남북관계 돌파구 될지는 불투명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6일 면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 언론매체들의 언급을 통해 어림짐작으로나마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무엇보다 현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등 현대그룹의 주요 대북사업이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돼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현대그룹에 나름대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현대그룹과의 ‘추억’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현대그룹의 선임자들에 대해 감회 깊이 추억하시면서 동포애의 정 넘치는 따뜻한 담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005년 7월16일 현 회장과 처음 면담을 했을 때도 ‘소떼 방북’의 주인공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시작된 현대 집안과의 인연을 고리로 삼아 얘기를 나눴다. 당시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김 위원장이 현대가에 대한 의리를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의 터를 닦은 ‘현대그룹 선임자들’을 언급한 것은,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우회적으로 북한의 진정성을 표시하는 간접화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금강산관광 재개의 조건으로 걸고 있는 남쪽 정부의 경직된 태도에 대한 우회적인 항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아울러 북한은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면담을 ‘남쪽 민간사업자와의 만남’으로 성격을 제한하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면담에 배석한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직함을 현대그룹과의 북쪽 사업파트너인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으로 표기했다. 남쪽 정부가 ‘현 회장 방북은 사업자 차원의 일’이라며 선을 그은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인 셈이다.

물론 북쪽이 현 회장에게 면담 이외의 어떤 구체적인 ‘선물’을 줬는지는 현 회장 일행이 남쪽에 내려와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현 회장은 2005년 7월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백두산 관광사업 독점권과 개성 시범 관광, 2007년 11월2일 면담에선 개성 관광 사업권, 내금강 비로봉 관광 사업권 등을 획득한 바 있다.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지난 13일 억류 136일 만에 풀려나고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됐지만, 이런 계기들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입구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보듯이 남쪽 정부는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라는 기존 대북 정책의 틀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 회장의 방북 과정에서도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남쪽 정부는 현 회장에게 남북관계와 관련한 ‘별도의 전향적인 메시지’를 쥐여주지 않았다.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을 타개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 지난 4~5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때 미국 정부가 표정과 발언 하나까지 세세하게 사전 조율하며 치밀하게 준비한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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