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귀환을 취재하려는 각 신문·방송사 취재진의 취재용 사다리와 삼각대가 16일 오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입경 통로에 줄지어 세워져 있다. 파주/연합뉴스
‘8·15 경축사’ 대북 메시지 분석
경색된 관계·북핵 해결 위한 방법론 없어
“현안 풀려는 의향 있는지 의심스러워”
경색된 관계·북핵 해결 위한 방법론 없어
“현안 풀려는 의향 있는지 의심스러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통일외교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중 북한 관련 메시지를 이렇게 평가했다. ‘보기엔 좋지만 먹기엔 힘든’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것을 전제로,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를 설치하고 관련국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생활향상 분야에 걸친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통령 후보 시절의 선거 공약인 ‘비핵·개방3000’을 빼닮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16일 “(경축사에서 언급된) 남북관계의 기본 틀은 비핵·개방·3000 구상에 담겨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비핵’을 전제로 북한 주민들이 연 3000달러의 소득을 올리도록 돕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정부에서 남북 정상들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이나 10·4 정상선언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북한은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일방적’이라거나 ‘흡수통일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거부의 뜻을 거듭 밝혀왔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6·15와 10·4선언을 지지·이행하는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이유로 이번 경축사는 북한이라는 상대방에 대한 대화 제의 성격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보수적인 지지 기반층에 대한 메시지에 가깝다는 혹평도 있다.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경축사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 내용을 보면, 경제 지원의 전제가 비핵·개방 3000의 ‘핵포기’에서 ‘핵포기 결심을 보여준다면’으로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병행 발전보다는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라는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남북관계 경색을 풀려는 정책이나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론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 이 대통령이 강조한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과 관련해 가장 큰 현안인 금강산관광 재개나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전향적인 메시지는 담겨 있지 않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에 머물며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경제공동체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해 정부의 의지가 실렸어야 한다”며 “정부가 과연 남북관계 현안을 풀 의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도 “현대아산 유씨 석방을 통해 남북문제 돌파구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너무나 한가한 방법론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16일 대변인 담화를 내어 한-미연합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17~27일)에 대해 “침략 전쟁연습”이라며 “우리식의 무자비한 보복으로,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경제공동체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해 정부의 의지가 실렸어야 한다”며 “정부가 과연 남북관계 현안을 풀 의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도 “현대아산 유씨 석방을 통해 남북문제 돌파구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너무나 한가한 방법론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16일 대변인 담화를 내어 한-미연합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17~27일)에 대해 “침략 전쟁연습”이라며 “우리식의 무자비한 보복으로,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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