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친박 내부서도 “원칙이 뭔지 헷갈린다”
친이계 “심술 부리는게 돕는거냐” 혹평
친이계 “심술 부리는게 돕는거냐” 혹평
박근혜 전 대표가 언론관련법 처리과정에서 보인 오락가락 행보로 ‘게도 구럭도 다 잃은’ 처지에 빠졌다. 여론 독과점, 국민 동의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표결”을 공언했던 그가 정작 강행처리를 두둔한 뒤, 당 안에서 그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평소 박 전 대표를 견제해온 친이명박계는 물론 친박계도 가세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형국이다. 친박 내부는 박 전 대표가 강조해온 원칙이 뭔지 헷갈린다며 공공연히 불만을 터뜨린다. 한 의원은 “차라리 처음부터 반대한다고 말을 하지 말든지 이게 뭐냐. 게다가 막판 ‘국민이 공감한다’는 발언은 오만하고 궁색하다”며 “기회주의자나 (정략적으로) 계산하는 사람인 것처럼 비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의원은 “당 대선 경선 때부터 질 줄 알면서도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운 것은 그의 가치랄까 원칙 때문이었다”며 “이마저 무너지면 친박이 결속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고질적인 소통 부재에 대한 성토도 잇따른다. 지난 15일 박 전 대표의 ‘강행처리 반대’ 발언 뒤 긴급히 모인 10여명의 친박 의원들은 “이명박이 소통이 안 된다는데 이 사람은 아예 불통이다”, “의원들과 상의도 않더니 불쑥 말하는 게 어딨냐”, “리더십에 정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원색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한다.
친박 내부의 균열에 따른 무력감도 깊다. 한 친박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때 좌장이던 김무성 의원을 내치면서 이미 친박 내부는 박 전 대표의 원칙과 결정에 상당한 회의감이 퍼져있다. 내부적으론 무너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의 선택이 친이 진영의 환영을 받는 것도 아니다. 한 친이 핵심 재선의원은 “평소 그렇게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거라더니 이렇게 심술을 부리는 게 도와주는 거냐”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친이 직계 의원도 “그의 발언은 치우기 힘든 장애물이었다”며 “언론관계법에 대한 것이라기보단 조기 전대론, 충청연대론 등에 위기감을 느껴 불만을 터뜨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오히려 여권의 언론법 처리에 혼돈만 부추겼다는 것이다. ‘친여 신문’도 박 전 대표를 때리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24일 “공식라인을 통한 의사결정을 늘 강조했던 박 전 대표가 여야협상 막바지 돌출적으로 개입해 미디어 발전이 역주행했다”고 비판했다. 친이 진영 일각에선 내분상태에 빠진 친박진영을 9월 조기전당대회론, 친박의원 입각론으로 뒤흔들려는 구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게 친박 진영 내부의 중론이다. 한 친박 의원은 “결속할 중심이 없는 상태에서 친이 쪽이 이재오 전 의원을 앞세워 9월 조기 전당대회를 강행하면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 참모는 아예 언론법 처리 이후 친박계 내부 상황을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대표가 또 실수한다면 뭔가 터질 분위기”라고 전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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