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날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강행처리에 대한 의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언론법 강행처리 후폭풍]
“국민 속으로”…의원직 사퇴서 당 지도부에 일임
“국민 속으로”…의원직 사퇴서 당 지도부에 일임
본회의장 기습점거, 언론관련법 강행처리 등 ‘막무가내 한나라당’에 ‘참패’한 민주당은 23일 의원 60여명이 의원직 사퇴 물결에 동참하며 결기를 세웠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오후·저녁 세 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직 사퇴 여부 등 언론관련법 통과 뒤 대응책을 논의했다. 닷새째 단식으로 얼굴이 까칠해진 정세균 대표는 오전 의총에서 “악법을 재개정해 제자리로 돌려놓을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우리 의석수만 갖고선 안 되는 만큼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신뢰를 얻고 지지를 획득하는 행위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악법이 통과되면 의원직 사퇴를 불사하겠다고 결의했지만 (원천무효로) 원인이 소멸됐으니 사퇴를 철회해야 한다”(김성곤 의원), “감정적으로 또는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관둘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민주당을 살리는 길이냐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박주선 의원) 등 현시점에서의 의원직 사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오후부터 분위기가 반전돼 “지금은 논리적으로 따질 때가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에 동조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이날 오후 최문순 의원이 ‘선도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서를 정 대표에게 전달하고,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내는 문제는 당 지도부에 일임했다.
민주당은 의원직 사퇴뿐 아니라 향후 대책 논의를 위해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언론악법 무효화 투쟁위원회’(가칭)를 꾸리기로 했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국민 속으로’가 정답”이라며 “때때로 대규모 군중들을 모으는 광장정치를 하는 것도 필요하고, 읍·면·동 등 작은 지역 단위까지 돌며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시민들과 만나며 언론관련법 개정의 부당함을 알리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부자감세 등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폭로하고 민주당의 비전과 정책을 설명하는 홍보물을 돌려,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정 대표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직 사퇴와 민주당의 향후 대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 대표가 구체적인 향후 대응책이 마련되는 주말께 단식을 풀고 본격 투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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