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의 김민영 사무처장(앞줄 오른쪽)과 회원들이 제헌절을 맞아 17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에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조항들을 준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회의장 개헌 제안] 시민사회 부정적 견해 우세
시민사회 진영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 등 현행 헌법의 주요 가치조차도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의 현실을 제쳐 놓고 또다른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제헌절을 맞아 개헌보다는 현행 헌법의 가치를 지켜나가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에는 ‘헌법이 죽어간다-제헌절 맞이 인권·자유·민주 심폐소생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를 뽑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것을 비롯해, ‘헌법을 말하자, 헌법을 노래하자’는 구호를 걸고 자체 제헌절 기념행사도 열었다.
시민사회 진영과 진보학계에서도 노무현 정부 시절 한동안 현행 헌법 정비론이 활발하게 제기됐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등이 법학·정치학·사회학자들의 논의를 촉발시켰다. 조국(서울대)·박명림(연세대) 교수 등은 탄핵사태 직후부터 ‘87년 헌정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계간지 <황해문화>는 헌법 전문을 다시 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뼈대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것을 계기로, 진보진영의 개헌 논의는 잦아들었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이에 찬반 논쟁이 불붙으면서, 시민사회 쪽 움직임도 ‘정파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 탓이었다.
이와 달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윤여준 전 의원, 강대인 원장 등이 중심이 된 단체 대화문화아카데미는 2006년 이래 3년간 논의를 이어오던 끝에, 지난 3일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헌 기조를 발표했다. 이들의 제안은 2010년까지 개헌을 완료하는 일정과 함께 △국민 직선 대통령의 중임이 가능하도록 하며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행정을 집행하고 △국회는 상·하원 양원제로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분권형 정부 형태를 담았다.
박창식 선임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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