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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회의원들이 들고나온 개헌 논의…앞날은 ‘산 넘어 산’

등록 2009-07-17 19:15

[뉴스분석] 청와대·여야 지도부 시큰둥
시민사회 진영도 비판적…탄력 받기 쉽지 않을 듯
 김형오 국회의장이 17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설치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개헌 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개헌은 매우 복잡한 쟁점이다. 여러 권력구조의 장단점 논쟁이 있고, 그밖에 경제·사회 등 각 분야의 기본권 조정, 영토 조항 등에 이르기까지 세부 쟁점 하나하나가 폭발적인 논쟁 요인을 안고 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선 내용으로 들어가지 말자. 대신에 누가 어떤 이유로 개헌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연관되는 주체들의 생각은 무엇인지를 짚어보자. 이번 개헌 논의가 과거와 달리 특이한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정사에는 모두 9번의 개헌이 있었는데 대부분 대통령이 주도했다. 이승만 정권 때의 4사5입 개헌, 박정희 정권 때의 3선개헌, 유신헌법으로의 개헌, 5공화국 헌법 등이 그러했다. 개헌의 목적과 내용은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고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야권과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했으나 집권세력이 밀어붙여 관철했다.

 대통령이 주도하지 않은 유일한 경우가 1987년에 이뤄진 현행 헌법으로의 개헌이다. 6월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비롯한 민주화 요구가 광범위하게 분출하자, 정치권이 여야 동수로 특위를 만들고 학계·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 조문화를 진행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날 제헌절 경축사에서 현행 헌법을 “온 국민의 분출하는 민주화 열망과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했다. 개헌의 동력이 ‘국민’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례들과 비교할 때 이번 개헌 제안은 국회의원들이 주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18대 국회에는 개헌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미래한국헌법연구회(공동대표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 등)가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무려 189명의 의원이 가입해있다. 이들이 바로 김형오 국회의장 제안의 뒷심인 셈이다.

 국회의원들이 제기하는 개헌방향은 대통령한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가 거론된다. 무엇이 되든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고 국회의원의 권력을 늘리자는 것이니, 의원들로선 당연히 선호할 만하다.

 그러나 개별 국회의원들이 많이 모였다고 해서 일이 되는 것같지는 않다. 청와대와 여야 지도부, 즉 ‘큰 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개헌은 국가 100년 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 축소 또는 레임덕을 초래할 가능성이 짙은 개헌 논의에 대해 마땅찮은 심기를 비친 것이다. 이런 기류를 읽은 탓인지 애초 개헌 논의에 관심을 보여왔던 한나라당 지도부도 한걸음 물러서고 있다.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시국이 어수선해 개헌특위 구성이나 개헌론 문제제기가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도 “김형오 의장은 개헌을 주장할 자격이 없으며 지금의 정치상황은 개헌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개헌국면이 열리도록 했다가, 내년 지방선거를 엠비 심판의 장으로 삼고자 했던 전략이 흔들릴 위험성도 우려한다. 김형오 의장은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마치자는 일정을 제시한다.

 개헌 제안에 국민적 동력이 결여된 점도 중요하다. 시민사회 진영에선 표현의 자유가 일상적으로 억압되는 현실을 들며, 지금은 개헌을 할 때라기보다는 현행 헌법의 기본적 가치를 지키는 게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즉 현행 헌법이 문제라기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행사 방식이 문제라는 국민여론이 만만찮은 것이다.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의 제안은 1년간에 걸친 헌법연구자문위원회 활동, 전직 국회의장단과의 간담회 등 나름대로 꼼꼼한 수순을 밟아 준비되어 왔다. 국회 개헌 의결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훌쩍 넘는 189명의 의원이 개헌 찬성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큰 손’들의 생각과 다르고, 무엇보다 국민적 열망과 간극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헌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창식 선임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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