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백재현 민주당 의원이 백 후보의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하자(오른쪽 사진), 이전환 국세청 기획조정관이 백 후보에게 다가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10년새 부동산 8배 차익 등
백용호 후보 도덕성 추궁에
“몰랐다…당시 관행” 해명
백용호 후보 도덕성 추궁에
“몰랐다…당시 관행” 해명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8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로서의 전문성과 도덕성 여부를 따졌다. 여야 의원들은 부동산 투기와 탈세 의혹으로 불거진 백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 확보 방안을 집중 추궁했다.
■ 부동산 투자로 10년 만에 재산 8배 증식 이날 청문회에선 백 후보자가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 2채를 비롯해 1998~2001년 집중적인 부동산 거래를 통해 20억원대의 투자 차익을 올리는 등 10년 만에 재산을 8배나 불린 점이 도마에 올랐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백 후보자가 경기도 용인 수지 땅을 2억4600만원에 사서 10분의 1인 2500만원에 신고하는 등 상습적으로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 모두 3000만원 넘게 세금을 포탈했다”며 “탈세를 잡는 국세청장이 탈세의 주범이라면 국세청장 자격이 없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1981년 이후 현재까지 백 후보자는 12번 주소를 이전했고, 미국 유학 시절에도 주소가 3번 바뀌었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92년 배우자와 자녀만 반포동에서 성산동으로 이전하고 보름 뒤 후보자도 성산동으로 이전했으나 다시 1개월 뒤 반포동으로 복귀했다”며 “정상적인 이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지난 10년간 부동산(값)이 이렇게 오를 거라 생각 못했다”면서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운 계약서와 관련해선 “정말 몰랐다”며 “2005년 이전에는 부동산 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관행이었지만, 제가 한 행위에 대해서 만약 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엠비(MB) 측근…국세청 독립 확보될까 백 후보자가 세무행정 경험이 전혀 없어 전문성 등 자질 시비도 일었다. 또 백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 방안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조세행정은 매우 복잡하다. 국세청이 대대적인 개혁을 앞두고 있는데 개혁을 잘 알고 해야지, 잘 모르고 하면 사람들이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은 “후보자가 ‘엠비 경제철학 전도사’, ‘엠비 측근’이라는 말에는 경제 살리기와 개혁 과제를 잘할 적임자라는 의미와 함께 과연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장 자리를 6개월 만에 채우며 최측근을 내정한 것은 잘못된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세무행정의 독립성 확보와 관련해 “취임 뒤 제도적 보완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기관장의 원칙과 소신이 아니겠냐”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백 후보자는 또 국세청의 감사와 감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세청에 ‘국세행정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인 세무조사와 관련해 4~5년 주기의 정기적인 순환조사를 도입할 뜻도 내비쳤다. 이정애 김지은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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