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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악법 반대” 같은 구호 다른 여론

등록 2009-06-24 20:33수정 2009-06-24 22:01

2004년 한나라 “좌파악법” 개정사학법에 국민 72% 찬성
2009년 민주당 “MB악법” 개정언론법에 국민 58% 반대
“국정파탄·4대악법 결사저지.”

2004년 11월11일,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당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4대 악법’을 ‘엠비(MB) 악법’으로 두 글자만 고치면 최근 민주당이 외치고 있는 구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의 위치가 여야로 바뀌었을 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던 5년 전의 극한 대결을 반복하는 ‘도돌이표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2004년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하자, 한나라당은 담당 상임위인 법사위원회 문에 대못질을 하며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또 2005년엔 여당이 사학법을 강행 처리한 데 반발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임시국회를 전면 거부한 채, 이명박 서울시장 등과 함께 ‘촛불집회’ 등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였다. 민주당은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 등 ‘5대 조건’ 수용과 언론관련법 표결처리 반대를 내걸고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 한쪽은 계속 법안을 밀어붙이며 굽힐 줄 모르고, 한쪽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태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17대와 18대 ‘입법전쟁’의 대상인 쟁점 법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17대 총선 직후인 2004년 4월16일 실시한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의 조사를 보면, 국가보안법 개정 53%, 전면 폐기가 8.7%였고 현행 유지는 19.3%에 불과했다. 보안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은 61.7%에 이르렀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도 2004년 11월 <문화방송> 조사에서 72.2%가 찬성했다. 반면 현재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관련법은 여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민주당 쪽 위원들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58.9%가 반대했다. .

이런 현상을 두고 힘있는 여당이 민심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다수결의 원리’만 내세우며 좀처럼 타협점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극한 갈등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타협과 양보를 통해 소수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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