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주민 300여명 환대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이 24일 14년 만에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했다. 1924년생으로 여든을 훌쩍 넘긴 노정치인의 고향 방문에 주민들은 뜨거운 환영을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쾌속선을 타고 목포를 출발해 1시간여 만에 하의도에 도착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선착장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를 환영합니다’라는 펼침막을 든 주민 300여명이 나와 김 전 대통령 내외를 반겼다. 주민 강부원(74)씨는 “14년 만에 대통령을 다시 뵙게 되니 감격스럽다”며 “그새 많이 늙었지만, 여전히 정정해 보여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선영 참배를 시작으로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 참석, 모교와 생가 방문 등 빗속에서도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해냈다. 그는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 뒤 ‘하늘처럼 사람을 모시라’는 뜻이 담긴 ‘사인여천’(事人如天)이란 글귀를 방명록에 남겼다. 이후 모교인 하의초등학교를 방문해서는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재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4·29 재선거’를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고향을 방문해 언론은 그의 입을 주시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이날도 재선거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대신, 모교 강당에서 ‘행동하는 양심’을 촉구하는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에 빠진 만큼 결코 방심하지 말고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군사독재 때 피 흘리면서 싸울 때 많은 이들이 방관했다”는 점을 들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며,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생명이 있는 한 나라를 위해 불굴의 의지로 꾸준한 노력 하고, 여러분을 위해 아낌없는 봉사를 해나가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오는 5월4~8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구실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의도/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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